인턴십은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인턴십을 활용하는 추세다. 18일 롯데백화점의 여름 인턴십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인턴십은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인턴십을 활용하는 추세다. 18일 롯데백화점의 여름 인턴십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16층 회의실.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 전문숍’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롯데백화점 인턴 오영주 씨가 말하자 옆자리에 있던 또 다른 인턴 김강욱 씨가 “미쉐린가이드가 선정한 맛집들만 모아 시즌별로 선보이는 ‘미쉐린의 맛집들’이란 코너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컴퓨터·산업공학·통계학과로 구성된 또 다른 팀에선 ‘파워 유튜버를 활용한 백화점 입소문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날 롯데백화점 여름 인턴으로 선발된 17명은 다음달 초 열리는 ‘백화점 아이디어 제안 발표’를 앞두고 팀별로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대학생에게 7~8월 여름방학은 인턴십의 계절이다. 최근 기업들은 단순한 ‘체험형 인턴’을 넘어 쓸 만한 인재를 뽑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형 인턴제’를 선호하고 있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고, 구직자들은 ‘경험과 취업’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다.
 "8주간 인턴십 거쳐 두차례 PT 평가, 둘 중 하나는 탈락… 무한경쟁이죠"
◆인턴 정규직 전환율 50~70%

인턴은 정규직 입사의 지름길이다. 인턴 채용 경쟁률은 공채보다 낮고 채용전형도 서류전형, 면접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필기시험과 짧은 면접으로 뽑힌 인재보다 ‘검증된 인재’를 선발하길 원한다. 인턴채용이 갈수록 각광받는 이유다.

롯데백화점 인턴들은 두 달간 각자 배치받은 부서에서 선배 직원으로부터 업무를 배운다. 신상품 콘텐츠 구상부터 브랜드 입점, 매장 진열, 매출 관리까지 전 과정을 두 달간 경험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MD개발부문 PB(자체 상표)운영팀 허준석 대리는 “신선한 젊은 감각을 인턴들로부터 배운다”며 “주말 쉬는 날에도 카카오톡을 통해 피드백을 줄 정도로 열정적인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인턴 강다빈 씨는 지난주 롯데백화점 분당점 비주얼 프레젠테이션존(VP)의 디스플레이 기획을 담당 상품기획자(MD)와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인턴들은 현장실습과 두 차례의 과제 발표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보통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50~70% 선이다. 인턴 두 명 중 한 명은 탈락한다. 송지홍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팀 발표와 개인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현장실습 담당자들의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업무역량뿐만 아니라 인성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것이 인턴채용의 핵심인 것이다. 그는 “최종 선발 규모는 미정이지만 역량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8주간 인턴십 거쳐 두차례 PT 평가, 둘 중 하나는 탈락… 무한경쟁이죠"
◆인턴기간 4주~6개월로 다양

인턴 검증기간은 기업마다 다르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와 에쓰오일은 4주, 기아자동차·현대위아 5주, 동원F&B 6주, 엔씨소프트·현대카드 7주, 롯데그룹·SK텔레콤·KT·GS에너지·E1·한국암웨이 8주 등이다. 학기 중 인턴실습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현장실습을 통해 생산기술, 재경, 인사(HR) 분야의 인턴십을 진행했다. LG화학은 9월부터 12월까지 16주 동안이다. 하나투어도 8월부터 3개월간 인턴십을 계획 중이다. 한세실업은 6개월간 인턴십 후 100%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산학협력 인턴십도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국내 14개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인재 육성 과정인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공학 부문 산학협력은 장학금에 입사까지 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구장학생과 계약학과 제도를 통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한화S&C는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데이터마이닝 연구실과 공동으로 ‘AI 산학 협력 과정’을 마련했다. 우수한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은 채용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LS산전은 지난해부터 한양대와 함께 스마트팩토리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3~6개월 인턴을 통해 선발자의 70~10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코레일·한국산업인력공단은 70%,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캠코는 90%를 전환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동서발전은 인턴 선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