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으로 이뤄진 문양 가운데 8각의 붉은 형체가 있다. 기하학적 구도의 디자인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진이다. 키프로스의 사진가 헬레나 게오르기우의 작품인데, 빨간 우산을 쓴 사람이 교차로에 그려진 횡단보도 표시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살짝 기울어진 선과 면들이 어울려 내는 율동감에 빨간 우산이 더해져 절정을 이뤘다.

사진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은 이런 작품이 우연히 찍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작가의 머릿속에 이미 이런 이미지가 들어 있어야 이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세상은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회화, 조각, 문학 등 다양한 예술에 대한 안목을 갖춰야 그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생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