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과거지향적 인적 청산에 반대한다"
“지식정당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18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원들이 자율과 공정 등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치열하게 토론하겠다”고도 했다. 인적 쇄신에 앞서 한국당에 맞는 가치와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수장으로 추대된 지 하루 만에 기자들과 만나 “사람을 바꾸기 전에 정치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룬 축구대표팀 사례를 들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는 ‘누구 밑에서 컸느냐’가 중요했는데 새 감독이 오면서 제대로 작전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등 축구 언어가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인적 청산과 관련해선 “과거지향적인 측면에서의 청산은 반대”라고 선을 그었다. “당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면 이에 입각해 (당 구성원이) 같이 갈 수 있을지 가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그는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있다”고 했다.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체제에서 되도록 탈락자가 한 분도 없이 가겠지만 이념이나 정책적 방향을 공유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한국당과) 달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날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 의원을 탈당시키려고 해도 의원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현역의원도 아닌 김 위원장에게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홍준표 전 대표도 반대파였던 친박 의원을 출당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두세 달 안에 끝낼 수 없는 일이고 최소한 올해는 넘길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비전 제시를 위해 비대위를 최소한 내년까지는 가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비대위는 9~11명 정도로 구성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에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초·재선급 의원도 두 명 정도 포함될 수 있다고 인선 기준을 설명했다. 나머지는 연령대와 성별, 각계 전문성 등을 반영해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대 명예교수 시절이던 지난해 8월 강원랜드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접대라고 하기 곤란하다”며 “공식 골프대회를 열기 전 열리는 ‘프로암 대회’에 초대받은 것일 뿐 행사에 얼마나 돈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