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2012년 면세점사업에 뛰어들었다. 연매출 약 1400억원의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한 게 시작이었다. 6년이 지난 올해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3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6년 만에 매출이 20배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면세점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3대 면세점’으로 떠올랐다.

2018년은 신세계면세점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해다. 인천국제공항 1,2터미널에 면세점 사업권을 새롭게 확보했다. 최근 서울 강남에 시내 면세점도 개장했다. 국내 면세점 중 가장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손영식 신세계면세점(법인명 신세계DF) 대표는 “국내를 넘어 세계 톱10 면세점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단순히 면세품을 판매하는 쇼핑 공간을 넘어 체험하고 문화를 접하는 복합공간으로 차별화할 것”이라며 “한국 면세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손영식 신세계DF 대표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차별화… 세계 '톱10' 면세점 되겠다"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 궁금합니다.

“신세계그룹의 유통 역량,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 협력사 직원들의 노력 등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특히 신세계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에서 쌓은 상품 개발, 콘텐츠 발굴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를 면세점에 적용한 게 주효했습니다. 요즘은 면세점을 비롯한 유통 트렌드가 빠르게 바뀝니다. 이런 흐름을 잘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신세계그룹이 지닌 강점입니다.”

▶서울 명동점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2016년 문을 연 명동점은 문화와 체험이란 새로운 콘셉트를 면세점 업계에 제시했습니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을 매장 한복판에 놓았습니다. 백화점처럼 복도를 넓게 하고 여유 공간을 늘렸습니다. 매대를 촘촘하게 해 단위 면적당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쓴 다른 면세점과 달랐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봅니다. 관광객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자발적으로 홍보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까다로운 명품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것도 이런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손영식 신세계DF 대표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차별화… 세계 '톱10' 면세점 되겠다"
▶명동점에 있는 독특한 콘텐츠가 또 있습니까.

“면세점 최초로 캐릭터존을 조성했습니다. 또 K뷰티 브랜드를 많이 넣었습니다. 사업 초기 65개 브랜드에서 현재 125개까지 늘었습니다. K뷰티, K캐릭터에 이어 K선글라스, K주얼리 등 다양한 분야로 콘텐츠를 확장 중입니다. 또 관광지와의 제휴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명동점 앞에 남이섬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휴 마케팅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강남점에서 중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이달 18일 강남점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20~30대 개별 관광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입지 특성 때문입니다. 강남점이 있는 서울 센트럴시티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 3개 노선이 만나는 교통 요지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호텔 등도 연결돼 있습니다. 단체 패키지 관광객뿐 아니라 개별 관광객이 찾기 좋습니다. 인근에 예술의전당, 한강 시민공원, 서래마을 등 20~30대 관광객이 좋아하는 곳도 많습니다. 쇼핑, 문화,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젊은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콘텐츠가 있나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타깃으로 위챗, 마펑워, 더우인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과 제휴해 회원을 확보 중입니다. 싼커와 소통하면서 강남점뿐 아니라 강남을 알리는 역할도 할 겁니다. 강남점에는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뒀습니다. 명동점처럼 SNS에 사진이 많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것 같습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2개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공항공사 심사에선 신세계그룹의 콘텐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특히 탑승동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았습니다. 관세청 심사에선 상생을 강조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작년 기준 영업이익 146억원의 4.6%를 기부했습니다. 국내 10대 그룹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평균 1.1%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입찰에서 너무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롯데면세점)가 내기로 했던 임대료의 절반 수준입니다. 향후 5년간 예상 여행객수 등을 따져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항 면세점도 시내면세점처럼 체험, 재미 등의 요소를 넣을 것입니다. 특히 K뷰티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넣고 사람들이 맘껏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첫해 매출 9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영식 신세계DF 대표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차별화… 세계 '톱10' 면세점 되겠다"
▶면세점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봅니까.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시기를 지났습니다. 면세점은 과거보다 많아졌고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경쟁력 있는 곳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면세점은 더 단단해질 것으로 봅니다. 면세 시장은 더 커질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고 면세품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위주에서 벗어나 세계를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한국 관광산업에서 면세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면세점은 국가가 특허를 주는 사업인 만큼 발생한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철강, 조선 등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점은 새로운 성장동력, 미래 산업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한국 면세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또 관광 진흥,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등에도 노력하겠습니다.”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은 무엇이 있습니까.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국내 중소·중견기업 매출 비중은 20%에 이릅니다. 중소·중견기업은 면세점을 통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면세점은 이들 기업의 우수한 상품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합니다. 윈윈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습니까.

“해외 진출은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우선 강남점과 인천공항 1터미널점을 안정적으로 출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