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기자간담회…"양극화 가속 등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은 인정"
"희망심리 많이 퍼질 수 있는 정책 절실…결국은 규제개혁"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영세한 소상공인일수록 단기간에 부담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한계기업이 상당히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인건비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있는 분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래가 장밋빛일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장기적·구조적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소상공인과 기업이) 보수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자꾸 노이즈(잡음)가 생기니 더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사용자단체가 불참한 상태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해진 룰에 따른 결정이기 때문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소득의 양극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상대적 빈곤층도 두꺼워지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 인식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좀더 다양한 정책수단을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과감하게 쓰면 (최저임금 인상과) 마찬가지 효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이나 관급 프로젝트 등을 통해 좀더 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만 직접적 분배정책이나 관급 프로젝트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런 정책을 쓴다면 재원 문제도 있는데, 그것까지 제가 얘기하는 것을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박 회장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양쪽이 더 쓸 수 있는 '실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다 간 느낌"이라면서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글로벌 교역 질서가 보호무역 위주로 돌아서면 수출 주도의 우리 경제에 불리한 환경으로 가는 게 자명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혁 정책은 사익 편취 등 대기업의 일탈행위를 막아보겠다는 게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런 정책이 시장질서를 나쁘게 한다거나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보지 않고,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옹호'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에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 "소통과 격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일을 더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혁파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희망심리가 경제에 많이 퍼져나갈 수 있게 정책 운용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국회나 정부가 경제 심리를 어렵게 만다는 조치는 좀 천천히 하고, 하향 추세에 있는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한계기업 급증 우려… 직접분배·재정지출 정책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