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재테크를 하고 싶어도 ‘종잣돈’이 없다고 말한다.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판에 미리 노후를 준비하는 건 말 그대로 ‘사치’라고 항변한다.

한국은 유독 세대 간 ‘부의 이전’이 활발하지 않다. 부모가 자녀 교육비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일찌감치 목돈을 주는 사례는 많지 않다. 여유가 있는 집안은 자녀가 결혼할 때 주거비용 등 일부를 대주는 식으로 지원한다. 유달리 엄격한 한국 증여세제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10년 합산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 넘는 돈을 물려주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증여세율은 최대 50%에 달한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증여하면 30%가량 할증 과세된다. 공제 수준은 낮고 세율은 세계 최고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상당수 선진국에선 자녀 증여세가 없다. 미국과 일본은 매년 각각 1만4000달러(약 1600만원), 110만엔(약 1100만원)을 기본적으로 공제해준다. 미국은 평생 기준으로 534만달러(약 60억원)까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준을 더 완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도 ‘부의 이전’을 촉진하는 세제를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주택 증여 비과세(1500만엔 한도)를 시작으로 교육자금 증여 비과세(1500만엔 한도), 결혼·육아자금 비과세(1000만엔 한도) 등을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가 어릴 때 소액이라도 증여해주고 같이 불려나가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증여세가 면제되는 2000만원 이하로 차곡차곡 모으면 그 자체가 자녀들이 나중에 재테크하는 데 큰 경험이자 자산이 된다”며 “가계 살림이 팍팍하면 자녀 계좌로 교육비를 충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