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경유착 전형…최순실에 책임 전가하고 사과·반성 없었다"
변호인 "부정부패 없던 사람…사적이득 한 톨도 없어"
8월 24일 오전 2심 선고…최순실 등도 같은 날 순차 선고
박근혜 국정농단 2심도 30년 구형… "반성없어 vs 사적이득 없어"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주범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순실씨를 위한 사익추구에 남용했고, 청와대 안가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서로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에 비판적이라는 기준으로 문화예술인의 편을 가르고 재정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창작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씨가 국정운영에 관여할 빌미를 제공하고도 의혹이 제기되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최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며 "자신을 믿고 지지한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현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관리하게 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기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는 혐의는 18개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삼성의 재단 및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1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불복하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특히 1심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삼성의 제3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퉜다.

이날도 검찰은 "재단 출연금과 센터 지원금 등은 피고인이 면담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받아 그 대가로 이뤄진 것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유라씨에 대한 일부 지원금과 각종 직권남용 혐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국가와 결혼한 여성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어떤 자세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보여주듯, 박 전 대통령은 수십년간 정치인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면서 단 한 번도 부정부패가 없었던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실제로도 최순실·장시호씨 등과 달리 사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단 한 톨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초반 어머니·아버지를 여의고 가족과 소원한 상황에서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던 최순실씨에게 인간적으로 의지한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창조경제와 문화체육 분야에 대한 지극한 관심에서 시작된 체육분야 지원을 최씨가 사익 취득의 기회로 변질시킨 과정을 알 수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2심 선고공판은 내달 24일 오전 열린다.

재판부는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씨 등 공범에 대한 선고도 같은 날 순차적으로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품격과 개인의 인격권이 과도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결정을 하지 말아 달라"며 이날 선고공판은 생중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