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며 “(유로화와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금리 인상 때문에) 달러화만 올라 우리(미국)가 불리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전쟁이 통화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전 공개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Fed는) 또 올리려고 한다”며 “나로선 정말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명한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사람을 (Fed에) 배치했지만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 "유로·위안화 떨어지는데 달러가치만 올라 美에 불리"… 이번엔 통화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를 밀어올려 미국 무역수지에 불리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유럽은) 우리가 올리는 것처럼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유럽에 (무역적자로 연간) 1500억달러를 잃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통화는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에 대해서도 “바위가 굴러떨어지듯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통화가치만 오르고 있다”며 “(달러 강세는) 우리에게 분명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거의 1년 만에 최고인 95.652(기준 100)까지 올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95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90% 오른 6.7671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 인상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평가절하됐다는 뜻이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7월14일(6.7774위안) 이후 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5.3% 하락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Fed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Fed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하반기에도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은 환율을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