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해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강하게 추진되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정부가 탈규제 선언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시장주의’를 강하게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정책발표회에서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청와대가 더 강하게 해야 (국정 운영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文정부 탈규제 선언 땐 협조하겠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제기한 ‘국가주의’에 대해 “국가가 해야 할 일과 시장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시장 영역을 구분해 나가는 것이 한국당의 가치 정립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며 “시장과 공동체의 자유를 더 강화하는 부분을 놓고서 뜨거운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이 무작정 국가 개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와 자율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며 “복지, 인권, 평화와 안전은 국가가 관장해야 할 영역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 “기회 균등과 공정성 확보도 국가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가가 해야 할 일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어린이 차량 질식사고에 대해서도 “국가의 손이 미쳐야 할 부분이지만 그런 걸 방지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전과 공정성 확보, 규제개혁 등은 보수 이념에 부합하는 가치”라며 “한국당에 처음 몸담은 김 위원장이 보수진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가치부터 공유한 다음 한국당 내 강성 보수세력이 다른 색깔을 보였던 ‘보유세 인상’과 ‘대북관계’ 등의 이슈에 대해 거리를 좁혀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집무실을 방문해 상견례를 했다. 추 대표는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한국당이 모처럼 안정감을 갖췄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면담 후 기자들에게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화제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6월 야당인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에 연합정부 구성을 제안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김 위원장은 “당시 대연정이 실패한 것은 마음이 아프다. 여야가 협력해서 국가적 문제를 풀자는 제 주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