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는 한국 측 주장에 공감했다고 미국을 방문 중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 차가 빠질지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미 상무부에서 로스 장관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또 적용하는 것은 한국으로선 이중으로 부담을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로스 장관은 “공감한다”고 답했다.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또 미 상무부가 오는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인 최종 보고서에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9월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로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수입차 관세 공청회에서도 “관세 부과를 결정한 알루미늄과 달리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도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1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공청회에 총출동했다. 독일과 캐나다, 멕시코 등 각국 정부와 업계 대표단 역시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핵심 안보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교역 상대이므로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 자동차 관세가 이미 철폐됐고, 개정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통해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범위 확대, 픽업트럭 관세철폐기간 연장 등 미국의 자동차 관련 관심사항이 반영돼 공정하고 호혜적인 교역 여건이 조성됐다”며 “관세 부과가 한·미 FTA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전 자동차협회장)은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소형차 위주로 미국 차와 직접적인 경합 관계에 있지 않다”며 “무역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상당 기간 대체 생산이 어려워 미국 시장 위축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관세를 부과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키얼스탠 힐맨 미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에 비례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힐맨 대사는 “캐나다(자동차산업이)가 어떻게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험을 줄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오설리번 유럽연합(EU) 대사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로부터 차량과 부품을 수입하는 게 안보에 위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그런 주장은 정당성도 결여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일/성수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