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올 하반기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경쟁에서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겁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20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기자단에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QLED와 OLED의 경쟁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사장은 '재밌는 결과'를 QLED TV의 승리로 확정짓진 않았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띄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한 사장의 발언은 OLED TV 대세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삼성전자는 대형 OLED TV에 맞서 지난해부터 메탈 소재를 적용한 퀀텀닷 기술의 QLED TV에 전력투구해 왔으나, OLED TV를 넘지 못했다. 여기에 LG전자가 이끄는 OLED TV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가전업체들이 합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프리미엄 TV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한 사장은 분위기 반전의 시점을 '하반기'로 분명히 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신모델은 불편한 점이 많이 해소됐고, 화질도 많이 개선됐다"며 "거래선이 원하는 사양도 맞췄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한 사장은 대형 TV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또 언급했다. 그는 "월드컵 시즌을 봤을 때 대형 위주로 판매됐고, 소형은 약간 부진했다"며 "앞으로 시장이 계속 대형화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앞서 한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더 퍼스트 룩 2018 코리아' 행사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TV 대형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 TV 시장 공략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클레이브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형 모듈러(Modular) TV ‘더 월(The Wall)’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클레이브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형 모듈러(Modular) TV ‘더 월(The Wall)’을 공개했다.
한 사장은 초대형 트렌드의 한 축이 될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CES 2018'에서 마이크로LED 기술이 적용된 146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 '더 월'을 공개했다.

한 사장은 "마이크로LED는 처음엔 (영향력이) 미미하겠지만, 1년 6개월 정도만 지나면 경쟁사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제품은 상업용과 가정용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소니의 마이크로LED는 B2B(기업 간 거래)다. 삼성전자 마이크로LED는 B2B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에 무게를 두고 LG전자 등 경쟁사들을 견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이크로LED로 특대형 TV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대형 시장에서 QLED TV를 내세우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LED는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의 LED를 회로기판에 촘촘히 배열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을 접목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디지털시티 내 마이크로LED 연구를 위한 랩과 연구용 시제품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TV 공장에는 본격적인 마이크로LED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의 성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모듈러 방식을 적용해 자유롭게 사이즈와 비율을 변경할 수 있는데다 기존 디스플레이 대비 밝기·명암비·블랙 표현 등에서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이크로LED TV의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 확보를 문제삼고 있다. 생산 비용이나 생산성에 한계가 있어 당장 상용화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사장은 "더 얇은 형태의 '더 월'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언론을 통해 가격이 많이 부풀려져 있는데, 가격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여 럭셔리 제품이 나올 때쯤 (가격이 대중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좋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더 월 프로페셔널'을 지난 6월 출시했으며, 오는 9월에는 가정용과 상업용을 아우르는 '더 월'을 선보인 뒤 내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더 월 럭셔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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