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go) 타이거!”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전성기 못지않은 불꽃 버디쇼를 연출했다. 2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앵거스 카누스티 링크스 골프장(파71ㆍ7402야드)에서 진행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147회 디오픈(총상금 105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버디 6개를 쓸어담았다. 보기 1개가 나오긴 했지만 운이 좋지 못해 내준 ‘옥의 티’였다. 5언더파 66타. 선수 3분의 2 정도가 경기를 끝낸 오후 1시 30분 현재(한국 시간) 기준으로 케빈 키스너(미국)가 8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공동 7위다.

우즈는 1,2라운드를 모두 이븐파를 치며 3라운드에 공동 29위로 발을 디뎠다. 선두 그룹과 6타 차가 벌어져 있었다. 그는 2라운드가 끝난 뒤 “6타 차라고 해서 나를 우승후보에서 배제하지는 말아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즈는 그의 말을 그대로 재현했다. 아이언 티샷 중심은 여전했지만 드라이버도 간간히 사용하며 페어웨이를 공략했다. 샷이 정확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0%에 달했고,그린 적중률이 77%였다. 퍼트 개수가 29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327야드를 찍었다.

첫 버디가 4번홀에서 나왔다. 3m짜리 퍼트를 홀컵에 안전하게 떨어뜨렸다. 두 번째가 580야드짜리 파5홀인 6번홀에서 나왔다. 롱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냈다. 9번홀에선 15m에 달하는 긴 버디 퍼트를 그대로 홀컵에 꽂아 넣었다. 우즈는 기세를 몰아 10번,11번홀에서 3홀 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10번홀에선 아이언샷을 홀컵 30cm옆에 떨구는 정교한 샷을 연출해 갤러리를 열광시켰다. 탭인 버디. 우즈는 14번홀에서 이글 퍼트를 홀근처까지 보낸 뒤 손쉽게 여섯 번째 버디를 신고했다. 248야드짜리 긴 파3홀인 16번홀에선 불운이 따랐다. 아이언샷이 홀 오른쪽 2m옆에 잘 떨어졌지만,경사를 타고 오른쪽 그린 에지까지 흘러버린 것이다. 버디 퍼트가 짧았고,파퍼트가 살짝 빗나갔다.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보기가 기록됐다. 우즈는 흔들리지 않고 17번,18번홀 등 가장 까다로운 홀들을 파로 마무리하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갤러리들은 ‘황제의 버디쇼’를 아낌없이 즐겼다. 18번홀에선 티샷이 깊은 러프로 들어갔지만 안전하게 레이업으로 공을 페어웨이로 꺼낸 뒤 100야드에서 웨지로 홀컵 1m에 공을 붙이자 마치 우승을 예약한 듯 환호성을 쏟아냈다. 우즈가 마지막 파퍼트를 성공시키며 5언더파로 경기를 끝마치자 다시 한 번 우레같은 갈채가 터져나왔다. 2000년,2005년,2006년 당시 우즈의 디오픈 우승 때와 비슷한 열기가 다시 무르익고 있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자신의 열 네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후 아직까지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추가하지 못했다. 디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10년만의 메이저 우승이자 이 대회에서만 4승째를 올리게 된다. 디오픈은 이번이 스무 번째 출전. 2015년 이후 3년만의 출전이다.

2라운드에서 턱걸이로 커트 통과를 한 안병훈이 이날만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우즈와 같은 5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3언더파. 2라운드까지 52위였던 순위가 18위까지 껑충 뛰었다. 강성훈이 1타를 잃고 순위가 40위권으로 밀렸다. 이날 4타를 잃은 김시우는 중간합계 5오버파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