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동포간담회서 한인대표가 '안도현 시구 발언' 인용
1992년 수교 이후 첫 정상급 방문…총리·장관들 공항 영접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현지시간) "많은 언론이나 기성의 질서가 최저임금 올린 것에 대해서 진실(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좀 야박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케냐 공식방문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1시간 만에 탄자니아로 이동, 다레살람의 세레나호텔에서 개최한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총리 "언론·기성질서, 최저임금 인상문제에 야박하다 생각"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아르바이트생과 소상공인 모두 약자라고 칭한 뒤 "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특히 "어젯밤 뒤척이며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렸다.

나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한 번씩 물어보면 좋겠다"며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을 읊었다.

이해명 탄자니아 한인회장은 동포간담회 환영사에서 이 발언을 소개하며 "그 한 구절만으로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고, 사회적 약자를 아끼는 총리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사실 그 발언은 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반성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최저임금은 최고로 열악한 상태에 놓인 근로자들에게 해당하는 것인데, 그것 가지고 온 세상이 그렇게까지 싸워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을 살아오면서 진정으로 그분들께 뜨거운 마음을 가진 적이 있는가 하는 부끄러운 반성의 마음에서 (안도현 시구를)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한국이 많은 과제를 안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와보니 과제를 과제로 인식하고, 너도나도 고민하고, 때론 아등바등하고, 이것도 사회의 큰 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탄자니아 교민(약 700명)의 40%가 선교·복지, 기타 NGO(비영리단체) 활동을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보다 고통받는 탄자니아 사람들에게 도움될 일을 하는 여러분을 만나니 '너는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다시 한 번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설명한 뒤 "(남북회담·북미회담) 후속조치가 왜 이리 더디 가느냐 하는 분도 있지만, 핵실험·미사일 발사가 없어진 것만 해도 어디냐 하는 분도 있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0년에 걸친 적대와 갈등이 한두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온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일 것"이라며 "난관이 있겠지만 모처럼 잡은 평화의 기회를 꼭 살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총리의 이번 방문은 1992년 양국 수교 이래 한국 정상급 인사의 첫 탄자니아 방문이다.

올해 1월에는 주한 탄자니아 대사관이 개설됐다.

그는 "마잘리와 탄자니아 총리가 직접 공항으로 나와서 굉장히 놀랐다.

의전실장 정도가 영접을 나오는 법인데 총리와 장관들이 나와 환영해 주는 것을 보고, 탄자니아가 대한민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