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이 달아 올랐다. ‘과거의 골프황제’,‘차세대 골프황제’가 한꺼번에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타이거 우즈,조던 스피스,로리 매킬로이가 4타 차 범위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채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 들어섰다. 올해로 147회째인 디오픈은 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대회로,최고의 전통을 자랑한다.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선 이는 스피스다. 스피스는 22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7402야드)에서 열린 디오픈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쓸어담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6언더파는 메이저 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중간합계 9언더파를 적어낸 스피스는 젠더 셔펠레, 케빈 키스너와 함께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1라운드 공동 50위, 2라운드 11위로 고점을 높여온 스피스의 순위는 3일만에 리더보드 맨 꼭대기로 올라섰다. 대회 2연패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스피스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다. 성공할 경우 2007-2008년을 석권한 파드리그 해링턴에 이어 10년 만의 디오픈 2연패다.

스피스는 396야드짜리 첫 홀에서 드라이버로 1온에 성공한 뒤 3m짜리 이글을 잡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4번홀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하며 전반을 마친 스피스는 후반에서도 11번(파4),14번(파5),16번(파3)에서 버디 3개를 더해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1,2라운드 이틀동안 보기를 내줬던 16번홀을 버디로 만회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뒷심이 돋보였다. 보기는 한 개도 없었다.

매킬로이도 선전하며 기회를 살려냈다. 보기 4개를 내주며 다소 흔들렸지만 버디 5개를 잡아내 1언더파 70타를 적어내며 우승 고지를 가시권에 뒀다. 3라운드까지 5언더파. 선두그룹과 4타 차다.

매킬로이는 2014년 디오픈 우승자다. 4라운드 내내 필드를 장악한 ‘와이어 투 와이어’우승을 일궈냈다. 14번,15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권을 2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3홀에서 2타를 잃은 뒷심부족이 아쉬웠다.

타이거 우즈도 펄펄 날았다.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버디쇼를 펼쳤다. 보기 1개가 나오긴 했지만 버디 6개를 솎아냈다. 5언더파 66타. 매킬로이와 같은 공동 6위다. 우즈는 1,2라운드에서 모두 이븐파를 치며 3라운드를 공동 29위로 출발했다. 선두 그룹과 6타 차가 벌어져 있었다. 그는 2라운드가 끝난 뒤 “6타 차라고 해서 나를 우승후보에서 배제하지는 말아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즈는 그의 말을 그대로 재현했다. 아이언 티샷 중심은 여전했지만 드라이버도 간간히 사용하며 페어웨이를 공략했다. 샷이 정확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0%에 달했고,그린 적중률이 77%였다. 퍼트 개수가 29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327야드를 찍었다. 우즈는 14번홀 버디로 6언더파를 찍은 순간 잠시나마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즈는 3라운드를 마친 뒤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며“최종 라운드에선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도 2005년,2006년 2년 연속 디오픈을 제패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안병훈이 3라운드 중간합계 3언더파 공동 20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선두와는 6타 차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 4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PGA 투어는 종종 드라마같은 역전쇼를 연출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극도 있었다. 1999년 폴 로리는 디오픈에서 선두 장 방 드 발드에 10타를 뒤지고 있다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스튜어트 싱크는 2004년 PGA 투어 MCI헤리티지 대회에서 테드 퍼디에게 9타를 뒤지고 있던 열세를 뒤집고 우승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