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드림 좇던 길 끝의… '동화 속 파티장' 눈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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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 미국 로스앤젤레스
청춘의 샘솟는 에너지 가득찬 '그라피티 해변' 심장 뛰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 미국 로스앤젤레스
청춘의 샘솟는 에너지 가득찬 '그라피티 해변' 심장 뛰네
![캘리포니아드림 좇던 길 끝의… '동화 속 파티장' 눈부시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3336.1.jpg)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은비 부사무장 eblee135h@flyasiana.com
![예술가의 자유로운 감성과 낭만을 표현한 빈티지한 상점과 감각적인 거리예술로 가득한 베니스비치 애벗키니 거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3277.1.jpg)
그 어느 계절보다 눈부신 게 여름의 바다인데 이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태평양 바다의 아름다움은 오죽할까. 오늘 나의 목적지는 태평양을 허리춤에 끼우고 걷는 길이다. 로스앤젤레스 지도의 남서부 바닷가를 따라 뻗은 샌타모니카(Santa Monica) 해변에서 여행의 첫 발걸음을 뗐다.
샌타모니카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다.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해변으로 간식거리 하나 들고 자리 잡으면 완벽한 피크닉이 되고, 주말이면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들로 가득 차는 곳.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샌타모니카 피어 대관람차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4807.1.jpg)
샌타모니카의 진짜 보석, 샌타모니카 피어
![햇살이 반짝이는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소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4833.1.jpg)
바다의 수평선을 가로질러 세워진 나무교각과 그 위 나무판자를 깔아 만든 총길이 488m에 달하는 바다 위의 파라다이스. 입구부터 신기하고 아기자기한 이곳의 상징물들로 가득 찬 선물가게와 주인들의 재능과 상상력에 반하게 하는 각종 노점, 영화 속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즐비한 이곳은 분명 딴 세상이었다. 길거리 음악가들은 동그랗게 사람들을 모아 세우고 팁보다는 공연료를 내야 할 것 같은 훌륭한 공연을 펼친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손발은 흥에 취해 허공에 드럼을 치고 나무 바닥을 악기 삼아 발을 구른다. 소리는 없지만 행복한 노래임이 틀림없다.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백발노인의 눈도 호기심과 천진난만함으로 반짝인다. 바다 위 놀이공원인 퍼시픽파크(Pacific Park)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온갖 색깔로 가득 찬 이곳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돌아간 듯한 설렘을 준다. 밤이면 아름답기로 소문난 일몰과 더불어 까만 배경 속에 반짝이는 퍼시픽파크도 큰 볼거리라 하니 밤의 샌타모니카도 궁금해진다.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 쥐고 어린아이가 된 듯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사진을 찍는 게 보인다. 66번국도(Route66). 상점들에서도 많이 보이던 이 표지판은 미국 동부 시카고에서 시작해 이곳 샌타모니카 절벽에서 끝나는 총길이 3945㎞의 미국 최초 대륙 횡단 도로의 종착지를 의미한다. 국도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이 횡단 도로가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추앙받는 데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과거 경제공황, 기후변화 등으로 흉년의 연속이던 1930년대 가난한 미국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오직 희망을 찾아 오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많은 미국인들의 꿈은 이 길의 끝인 ‘햇살 머금은 도시, 캘리포니아’에서 현실이 됐다. ‘어머니의 넉넉한 품’이란 뜻의 ‘마더로드’라 불리며 이 길은 여전히 이들의 안식처이고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이 되는 곳으로 반짝이고 있다.
나무 바닥 위를 걸을 때 나는 타닥타닥 소리에 매료돼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부두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다시금 내가 바다 위에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눈앞에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졌다. 사람들의 손때가 탄 낮은 울타리에 살짝 기대 바다 냄새와 햇살로 여유를 부려본다. 누구라도 지금을 행복이라고 느끼게 하는 순간. 샌타모니카 해변 위의 갈매기들은 그저 평온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열정이 예술이 되는 곳, 베니스비치
휴대폰 지도로 목적지에 가까워짐을 확인하기도 전에 베니스 해변(Venice Beach)에 다다랐음을 달라진 공기로 먼저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한 그라피티로 뒤덮인 건물들은 7월의 햇빛만큼이나 뜨거운 붉은색을 입고 있었다. 바다의 푸른색을 끼얹은 듯한 건물은 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물고기처럼 피해 다니며 묘기를 부리는 얄미운 소년도 결국은 내게서 감탄의 박수를 받아냈다. 길거리에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변변치 못한 바닥에 진열되고서도 그 가치를 확실히 뽐내고 있었다. 베니스 해변의 상징과도 같은 오션 프런트 워크(ocean front walk)를 걸었다. 오션 프런트 워크의 끝에 다다랐을 때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둘러본 풍경은 감격스러울 만큼 맑았다. 뜨거운 오후 2시의 베니스 해변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싱그럽다 못해 눈부신 잔디로 내 시야에 한 가득 들어찼다. 마치 베니스 해변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밤새 입김을 불어 옷깃으로 닦고 또 닦은 것처럼 투명하다.
![베니스비치의 벽화](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3265.1.jpg)
저 멀리 서퍼들은 끝도 없이 펼쳐진 태평양 바다 위를 활보하는 전사가 되어 파도를 지휘한다.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곳. 베니스 해변의 진짜 매력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만 한다.
오늘의 LA를 만나다, 애벗키니
1905년 미국의 대부호 애벗 키니(Abbot Kinney)는 LA에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4개의 수로로 이뤄진 작은 운하를 만들고 베니스풍 주택들을 지어 이곳을 베니스커낼(Venice Canal)이라 이름 붙였다. 교통수단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베니스처럼 곤돌라를 운용하며 LA 속 작은 베니스를 재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고급주택가와 잘 정비된 예쁜 마을로 LA의 작은 명물이 됐다. 지금은 베니스 해변을 둘러본 관광객들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산책로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해변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애벗키니’가 펼쳐진다. 베니스 해변의 화려함을 경험했다면 애벗키니의 감성을 느끼러 가보자.
![애벗키니 거리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는 사람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33262.1.jpg)
애벗키니 거리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맛’이다. 커피 마니아라면 반가워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와 ‘블루보틀(blue bottle)’은 역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저 커피 맛이 좋아 오는 사람들은 물론 독특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반해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커피를 주문하기도 전부터 마음에 담아둔 그늘진 야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행복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커피를 사러 간 주인이 가로수에 묶어둔 덩치 큰 개도 햇살이 좋은지 얌전히 앉아 꼬리를 흔든다. 커피뿐만 아니라 소금맛 아이스크림인 솔트앤드스트로나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도넛이라 불리는 블루스타도넛 등도 만날 수 있다.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는 LA에서 가장 맛있다는 푸드트럭 이벤트가 열린다고 하니 이 또한 놓치기 아깝다.
뜨겁던 태양이 살짝 비켜서고 그 눈부시던 LA의 하늘이 짙푸른 빛을 품었다. 똑같은 태평양을 끌어안은 LA의 해변이지만 그 둘은 분명 다른 색깔이었다. 샌타모니카의 해변에서 순수한 어린아이가 돼보고 베니스 해변에서 열정의 두근거림을 맛본 하루가 야자수의 머리 위로 느릿느릿 넘어간다.
![캘리포니아드림 좇던 길 끝의… '동화 속 파티장' 눈부시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53341.1.jpg)
아시아나항공은 인천~LA 구간을 매일 하루 두 편 운항하고 있다. 샌타모니카로 가는 방법은 택시가 가장 보편화돼 있다. 지하철을 탈 때는 다운타운 샌타모니카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샌타모니카에서 베니스비치까지는 도보로 갈 수 있으며 샌타모니카 정류장에 모여 있는 자전거 렌털숍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도 좋다. 자전거의 하루 렌털비용은 평균 40~45달러, 1시간 15달러, 2시간 30달러다. 밤의 베니스비치는 위험할 수 있으니 낮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