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잇단 최대 실적에… '이자장사' 다시 도마위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시중은행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과도한 ‘이자 장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려 지나친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우리·KEB하나 등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주요 은행의 이자이익은 최대 3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상반기 국민은행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1.4% 늘어난 2조9675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99%, 11.9% 늘어난 2조4946억원과 2조5825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신한·농협 등 나머지 은행들도 비슷하게 이자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은행의 예대금리 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총대출금리에서 총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 차는 지난 4월 기준 2.35%로 40개월 만의 최대였다. 이런 가운데 은행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NIM은 1.71%로 전년 동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은행도 1.99%로 0.07%포인트 올랐다. KEB하나은행 역시 전년 동기보다 0.11%포인트 상승한 1.57%를 기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자이익 불리기에 치중한 실적 증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은행 이자이익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장사’를 통해 수익을 톡톡히 챙겼다는 의미”라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투자은행(IB) 영업 확대 등 사업다각화를 꾸준히 주문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 임원은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것은 은행 나름대로 비용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이자 놀이’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늘어난 이익을 어디에 쓸지도 관심이다. 내년 시행되는 ‘바젤Ⅲ’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고배당 대신 내부 유보를 통한 자본비율 증대를 요구했지만 은행들은 거부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주당 400원의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의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