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1890년작 ‘댄서’.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1890년작 ‘댄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유명 미술관과 화랑들이 ‘아트 바캉스족’을 겨냥한 다채로운 여름 특별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전부터 조선시대 화조도, 디자인, 사진까지 오감에 예술적 감각을 곁들여 ‘육감(六感)’을 표방한 전시회다. 휴가비 부담은 줄이고 추억은 배로 만들어 줄 ‘오감 여행’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인상주의 화가 드가의 미학여행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의 예술적 원동력이 된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드가는 야외 풍경이나 정물화를 즐긴 기존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파리의 카페나 술집, 공연장을 배경으로 절망과 고독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풍경보다 인물에 치중한 그는 무대 위 공연뿐만 아니라 무대 이면의 모습과 연습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다음달 8일 개막하는 ‘드가: 새로운 시각’은 발레리나를 주로 그려 ‘무희의 화가’로 불리는 드가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30여 년 화업을 아우른다.

인상파 드가 명작에 디자인·民畵까지… 무더위 날릴 '아트 샤워'
설치미술의 선구자 박이소의 50년 미학 세계는 오는 26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04년 4월 심장마비로 숨진 채 작업실 소파에서 발견된 박이소의 기록과 기억전은 마흔여섯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인의 넋을 달래는 굿판이다. 미국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친 1984년부터 별세한 2004년까지 기록한 작가노트 21권을 비롯해 드로잉, 설치 작품, 재즈 모음곡 등 수백 점이 나온다. 2000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출품한 설치작업 ‘오늘(Today)’, ‘스리 스타 쇼’(1994), ‘우리는 행복해요’ 등 50여 점이 나온다.

◆디자인 거장들 전시회 눈길

기업인이 가볼 만한 산업디자인 전시회도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총괄 디렉팅한 ‘루나파크’전은 오는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다. 필립 스탁을 비롯해 알레산드로 멘디니, 하이메 아욘, 에에로 아르니오 등 이탈리아의 유명 가구회사 카르텔이 만든 플라스틱 의자부터 유머러스한 난쟁이 스툴 ‘아틸라’까지 동심과 영감이 돋보이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로 111년을 맞은 독일디자인연맹 100년 여정을 보여주는 ‘독일 디자인 100년’전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 마련됐다. ‘올바른 디자인’을 추구한 독일디자인연맹의 디자인 예술 숨결을 다룬 의자·유리 식기는 물론 포스터, 드로잉, 건축모형, 신문·잡지, 다큐멘터리 필름 등 360점이 나와 있다.

◆조선시대 스타화가 장승업 출동

조선시대 그림 전시회도 놓칠 수 없다. 서울 DDP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 최후의 거장-장승업×취화선’전에서는 오원 장승업(1843~1897)과 그의 두 제자인 조석진, 안중식이 그린 산수, 인물, 화조, 사군자 등 56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장승업이 기암괴석 사이에서 세 노인이 대화하는 장면을 포착한 ‘삼인문년(三人問年)’ 등이 눈길을 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는 신관과 구관(현대화랑), 두가헌갤러리 전시장에 19세기 후반부터 성행한 민화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장르인 화조도 60여 점을 걸었다. 화초영모병 등 아름다운 정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각종 동물을 담아낸 그림, 강렬한 화려함을 자랑하는 모란도와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화조도 등이 눈길을 끈다.

사진 예술이 긍금하다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를 찾아보자. 오는 26일부터 한 달간 펼쳐지는 독일 여성 사진작가 캔디다 회퍼의 개인전에는 1990년대 말부터 공연장, 도서관, 미술관 등 특정 공간에 주목한 작품 20점이 걸린다. 많은 예술가, 역사학자, 철학자들이 관객과 교류한 장소를 카메라 렌즈로 잡아낸 회퍼만의 기교와 감성이 흥미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