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연일 열대야가 이어지고 도로의 아스팔트가 열을 토해내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이겨보려고 시원한 얼음과자나 청량음료, 커피 등을 들고 다니다 그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문제는 운행 차량에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부주의나 돌발적인 외부 환경으로 인해 급정거하는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으면 용기에 담긴 액체가 차량 바닥으로 흘러 들어가 기계의 주요 부품이 망가지거나 차량이 멈추면 되돌릴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음료수를 들고 승차하는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지인들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미국 장거리 버스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휴게소에서 산 커피를 마시면서 버스 안으로 들어오니 운전사가 “노(no)”라고 연신 외쳤다. 가이드를 통해 이유를 알아봤다. 미국에서는 버스의 안전운행을 위해 음료수 등을 마시면서 타는 게 금지돼 있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그 충격으로 액체가 바닥을 통해 차량 부품에 유입돼 차량이 고장 나는 사례가 발생해 예방 차원에서 금지한다고 했다. 민사적 책임도 따른다고 했다.

사정이 그렇다면 우리가 음료수 등을 마시며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음료수를 들고 승차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요, 상식이 돼야 한다.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민인근 < 부산동부경찰서 초량지구대 경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