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홍콩을 포함한 중국 기업 111곳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29개에 불과하던 중국 기업은 10년 만에 네 배 가까이로 늘면서 미국(126개 기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포천 500대 기업에 뽑힌 일본 기업은 53개였고 한국은 16개였다. 포천은 직전해 연결 재무제표 매출을 기준으로 매년 500대 기업 순위를 정해 발표하고 있다.

中, 글로벌 500대 기업 10년새 4배 늘어… 미국 턱밑까지 추격
포천이 올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중국과 홍콩 기업이 111개로 지난해보다 2개 늘었다. 대만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120개 기업이 포함됐다. 미국 기업은 지난해보다 6개 줄어든 126개였다. 내년이나 후년께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별 순위에서는 미국 월마트가 연속 5년째 세계 최대 기업으로 뽑혔다. 2위부터 4위까지는 중국 국가전력망공사(SGCC), 시노펙(중국석유화공),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가 차지했다. 이어 5위는 로열더치셸, 6위 도요타, 7위 폭스바겐, 8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9위 엑슨모빌, 10위 벅셔해서웨이, 11위 애플, 12위 삼성전자 순이었다.

포천에 따르면 성장이 가장 빠른 10개 기업 중 8개도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 국가에너지투자그룹이 1년 새 175계단 상승해 101위에 올랐고, 지난해 468위로 처음 500대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텐센트는 무려 147계단 상승한 33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3계단 오른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순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442위), CJ그룹(493위)이 새로 이름을 올리며 16개 기업이 500위 안에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비 79%, KB금융그룹은 56%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6개 한국 기업의 평균 매출은 527억달러로 지난해(497억달러)보다 6.8%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매출이 증가한 덕에 포천 500대 기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포천 순위에 오른 중국 기업은 대다수 은행, 부동산, 석유, 통신 등 중국 내수시장에만 손을 뻗치는 독과점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또 “500위 안에 드는 해외 기업은 세계에서 사업을 하는데 중국 기업은 자신의 피만 빨아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령 4위에 오른 중국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는 해외 석유 기업들보다 매출은 많음에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익은 지난해 대비 137% 줄었다.

미국 기업 중에는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기업이 18곳이나 되는 반면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받는 에너지자원 분야 기업이 15곳으로 단일 산업군 중 가장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큰데도 식품,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한 곳도 5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익률이 가장 높은 10개 기업 중 중국 공상은행 등 은행이 4개나 이름을 올린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500위 안에 있는 중국 은행 10곳은 평균 179억달러를 벌어들여 이익편중이 심했다. 중국 기업 111개 총이익의 절반을 웃도는 금액이다.

중국 기업의 이익도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500위 내 중국 기업의 평균 이익은 2014년 34억달러에서 지난해 31억달러로 줄었다. 매출 수익률은 2015년 5.6%에서 지난해 5.1%로, 순자산수익률은 같은 기간 10.7%에서 8.9%로 하락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