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충격에 급락한 KAI… 美 훈련기 수주전이 '버팀목' 될까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 사고 여파로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KAI) 주가가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2200원으로 마감하며 2014년 7월16일(3만2150원) 이후 4년 만의 최저가를 나타냈다. 20일엔 300원(0.93%) 오른 3만2500원으로 사흘 만에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는 경북 포항시 마린온 추락 사고로 다섯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이후 3거래일 동안 14.47% 하락했다. 마린온은 한국항공우주가 제작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해병대용으로 개조한 모델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리온이 결빙 등 품질 관련 오해를 해소하는 데만 1년가량 걸렸는데 다시 품질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방한해 구매 의향을 밝혔던 수리온의 후속 양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968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수리온·마린온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수 있다.

다만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교체사업(APT) 대상자 선정을 앞둔 만큼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PT 프로그램에 입찰한 네 곳의 후보 컨소시엄 중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포함)과 보잉이 앞서고 있다”며 “록히드마틴이 주도하는 사업이라 이번 사고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APT 사업을 따낼 경우 한국항공우주의 예상 수주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비교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1배로, 방산업체 세계 1위인 록히드마틴(39배)이나 2위인 보잉(23배)보다 낮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