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 12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기업 바이옥스의 정태훈 대표(세 번째)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 12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기업 바이옥스의 정태훈 대표(세 번째)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국산화에 나선다. 국내 중소 바이오부품 업체를 육성해 동반 성장하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일 국내 기업인 바이옥스(BIOCS)와 세정제 및 소독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생산 기업 중 국내 기업과 계약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옥스는 2016년 8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한 뒤 내부 세척에 쓰이는 세정제와 소독제를 제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검증을 진행 중인 인천 송도 3공장에 바이옥스의 제품을 적용하고 향후 1, 2공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바이오부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기자재와 원부자재를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비해 바이오사업을 뒤늦게 시작해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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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 쓰이는 제품이 글로벌 규제 기관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자체 검증을 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 등의 제조승인을 받을 때는 이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 중 글로벌 기준에 따른 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규제 기관에 대응하기 위한 문서 작성 능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최근 셀트리온, LG화학 등이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확장하면서 바이오부품 국산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제품 수급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비상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다국적사들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자재부터 설비까지 국산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 배양 및 정제 공정에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세정제 등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원부자재부터 국산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공급계약을 맺은 세정제는 사용량이 많고 해외 운송 기간이 길어 긴급한 상황에서 제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옥스와 30회 이상 협의하고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의 설계 단계부터 컨설팅을 제공했다. 그 결과 바이옥스는 FDA 인증을 위해 미국 설계 기준인 ASME BPE 규정에 따라 공장을 설계하고 우수의약품품질 및 제조관리기준(GMP) 승인을 위한 사전준비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품 생산 전인 3공장에서 필드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원부자재뿐만 아니라 공장 및 기계설비에 사용되는 기자재 부품도 국산화를 일부 진행해왔다. 원료 보관을 위한 냉동고와 이물검사기기 등이다. 1만5000L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는 프랑스 회사가 설계했지만 국내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현재 25% 국산화를 실현했고 자체 기술로 건설한 3공장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부품기업과 상생협력하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을 지원해 자립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