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세 곳에서 동시에 착공식이 열렸다. D램을 생산하는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 3차원(3D) 낸드 플래시 양산을 목표로 하는 창장메모리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2년 후에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2018년 말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중국발(發)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2018년이 5개월 남아 있는 지금, 이는 공연한 걱정이었다는 것이 명확해져 가고 있다. 창장메모리는 시제품을 내놓는 데 그칠 전망이며 실제 양산은 내년까지 어려울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두 업체는 앞으로 2년이 더 지나도 양산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반도체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푸젠진화에는 최근에도 공정 핵심장비 하나가 새로 들어갔다”며 “공장 라인업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 한 곳당 10조원 안팎을 쏟아넣고도 중국 정부가 받아든 성적표는 이처럼 신통치 않다.

2년 뒤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이들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비교해 4~8년 정도 뒤떨어진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가가 비싼 스마트폰 또는 서버용이 아니라 PC 정도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에 국산 부품 사용을 강요했지만 이젠 이런 압박도 여의치 않다. 중국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성능 저하를 감수하고 무작정 자국산 반도체를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입장에서 지난 2년은 반도체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실감하는 기간이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와 다른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노리며 인력이 아닌, 장비제조사 등 협력업체들을 겨냥하게 된 배경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