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화백의 ‘베니스’는 서양의 추상화 장르가 화단을 지배하던 1974년 아내와 함께 9개월간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항구를 소재로 그린 대표적인 구상 작품이다. 서정적인 남도 풍광을 자양분으로 삼아 베니스의 하늘과 바다를 특유의 인상주의 화법으로 표현했다.
멀리 안개가 희미하게 깔린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아침 작업을 막 시작하려는 듯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로 푸른색과 흰색으로 대상을 잡아내 빛과 색채의 조화를 멋지게 연출했다. 거친 터치, 탁월한 데생력, 잘 짜여진 구도, 거기에 활달한 붓놀림까지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