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별 보도검열단 배정·파견 계획은 계엄실무편람엔 적시안돼
기무사문건의 포털·SNS 검열·차단…계엄실무편람 "역기능 우려"
계엄사 국정원 통제·집회 및 시위 제한·군사법원 설치 등 유사
계엄실무편람 보니… 기무사문건의 '국회의원 현행범처리'는 없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23일 '계엄실무편람(이하 계엄편람)'을 전격 공개했다.

기무사가 작년 3월 작성한 8페이지의 계엄령 검토문건과 67페이지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으나 내용 열람은 가능했다.

2년마다 합참이 수립하는 편람은 말 그대로 비상 대비용이다.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와 계엄편람은 일부 같은 내용이 있었지만, 핵심 사항에 대해선 확연하게 달랐다.

우선 계엄편람에는 기무사 문건에 나온 국회의 계엄령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의원 현행범 사법처리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아울러 기무사 문건에 적시된 내용인 언론사별 통제요원 편성계획이나 인터넷 포털 및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차단, 야간을 이용한 기습적인 계엄임무수행군 동원 등은 계엄편람과 판이했다.

다만 계엄사령부의 국가정보원 통제나 집회 및 시위 제한, 군사법원 설치 등의 내용은 기무사 문건과 합참 계엄편람의 내용이 유사했다.

◇ 기무사 문건은 국회의원 통제 또는 사법처리…계엄편람 "신분 보장"
기무사의 8페이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함께 대비계획 세부자료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국회의 계엄령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시나리오를 보면 우선 당정협의를 통해 당시 여당 의원의 표결 참여를 막고, 야당 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이런 구상은 쿠데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계엄편람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그러면서 계엄법 제13조에 따라 계엄시행 중에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계엄령이 발령된 상황에서도 신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계엄시행에 따른 언론통제 계획도 기무사의 문건은 구체적이고 치밀했다.

기무사 문건에는 조선일보·매일경제 등 26개 언론와 KBS·CBS·YTN 등 22개 방송, 연합뉴스·아닷컴 등 8개 통신사 및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통제요원 편성해 보도를 통제한다고 돼 있다.

계엄편람에도 "보도검열단은 국가안전과 사회혼란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출판·공연물 등의 내용을 사전에 차단해 전시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가총력전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시 운영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기무사 문건에 등장하는 언론사별 통제 요원 편성 계획은 없다.

다만 보도검열단이 구성되면 신문반·방송반·통신반·출판반·공연반·전시반·음반반·인터넷반 등 편성되며, 확대 보도할 사항과 보도를 금지할 사항을 구분해 보도검열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실무편람 보니… 기무사문건의 '국회의원 현행범처리'는 없어
◇ 기무사 문건, 인터넷 포털·SNS 차단…계엄편람 "검열 불가능, 역기능 우려"
기무사 문건에는 인터넷포털과 SNS 차단, 유언비어 통제 방안 등이 담겨있으나 계엄편람에는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계엄편람은 '언론·출판에 대한 특별조치' 부분에서 "비상계엄 하에선 언론·출판 자유에 대해 특별한 조처를 할 수 있다", "사회관계망에 의한 불온정보의 확산방지 대책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인터넷에 대해 "인터넷 기능을 훼손하지 않고는 사전검열이 불가능하다.

사전검열을 위해 인터넷 기능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국가기간통신시스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고 적시됐다.

또 계엄군 동원에 대해 기무사 문건은 기계화사단·기갑여단·특전사에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계엄실무편람에는 그런 방식의 병력 동원계획은 없다.

계엄편람에는 다만 "계엄 선포시 계엄선포 관할지역의 헌병과 군부대는 별도의 지정절차 없이 게엄임무수행 부대로 운용할 수 있다"며 "계엄사령관이 계엄 관할지역이 아닌 지역에 있는 군부대를 계엄임무수행군으로 운용할 경우 대통령 또는 국방장관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만약 서울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에서 기무사 문건에 등장하는 육군 8·11·20·26·30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2기갑여단과 5기갑여단, 1·3·7·9·11·13공수여단,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대대 등을 모두 동원하려면 대통령 혹은 국방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했다.

◇ 기무사 문건·계엄편람, 국정원 통제 모두 적시…군사법원도
기무사 문건에 언급된 계엄사의 국정원 통제는 계엄편람에도 등장하는 내용이다.

계엄편람은 계엄사령관이 국정원장을 통제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계엄법 제7조 제1항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에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8조 제1항은 '계엄지역 안의 행정기관 (정보 및 보안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다)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기무사 문건에 언급된 군사법원 설치와 관련한 내용도 계엄편람에 등장한다.

계엄편람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되면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군 검찰 또는 군사법경찰에 신병이 인도된다.

아울러 비상계엄지역에서 ▲ 내란 및 외환의 죄 ▲ 공안을 해치는 죄 ▲ 폭발물에 관한 죄 ▲ 공무방해에 관한 죄 ▲ 방화, 살인, 강도의 죄 ▲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등의 혐의로 구금된 사람에 대한 재판은 계엄법 10조에 따라 군사법원이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군사법원 관할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인도 군 수사기관이 수사하게 된다.

계엄령이 발령되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야간통행도 금지한다는 내용도 계엄편람에 포함돼 있다.
계엄실무편람 보니… 기무사문건의 '국회의원 현행범처리'는 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