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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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장기화로 인한 노사 간 대립 등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위기극복에 중점을 둔 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낸 공식 입장이다. 노사 양측이 위기극복을 과제로 여름 휴가 전 협상을 마치자는 약속을 일단 지켜냈다.

노사는 지난 20일 19차 교섭에서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250%+28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올 임협에 잠정합의했다. 현대차 노사가 하기 휴가 전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2010년 이후 8년만이다. 그래서 휴가 전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는 것에 업계 기대감이 높다.

올해 협상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 등 급속도로 악화되는 수출 환경에 대한 심각성에 공감해 경영실적에 연동된 임금인상 및 성과금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당초 '임금 동결'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빠른 교섭 마무리를 위해 전년도(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금 300%+일시금 280만원 등) 수준을 감안해 일정부분 양보를 택했다.

특히 노사는 최대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 시행 방식에서도 합의했다. 임금을 보전하면서 심야근로를 20분 줄이고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기 것에 의견일치를 봤다. 내년 1월7일부터 1조 근로자(오전 6시45분부터 오후 3시30분)에 이어 2조 근로자는 오후 3시30분부터 밤 12시10분까지 심야근로 20분을 단축해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무엇보다 연례행사가 됐던 파업의 고리를 끊고 교섭 장기화 등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자는데 노사가 의견일치를 보인 대목이 돋보인다.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하는 것은 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올 교섭 과정에서 파업은 2차례에 그쳤다. 사측이 추산하는 매출 차질은 2500억원 선으로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에서 실적 부진, 수출경쟁력 약화 등 어려움에 처해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 등 외부 위협 요인이 거센 만큼 내부 갈등은 자제해야 할 시기다.

좋은 품질, 불량률 개선 등은 결국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노조가 스스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노사 간 유연한 협력으로 위기 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기본이고, 스마트팩토리 흐름에 맞춰 공정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6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열 예정이다. 회사 경쟁력 제고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