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준비해온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를 미루고 있던 상황에서 김 장관 발언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서울시는 정부와 엇박자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용산 부동산값 상승이 박원순 서울시장 발언이 증폭되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고 서울~용산역 철로 구간을 지하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의도 집값이 최고 2억원 급등했다. 그러자 김 장관이 “여의도와 용산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8~9월께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달 18일 도시계획위원회에 초안을 보고한 뒤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계획위원들은 마스터플랜이 집값 상승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한강 하구가 열리기 때문에 배를 이용한 물류 등도 염두에 둔 계획을 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철로 지하화 내용이 담겨 있는 용산역 개발과 달리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서울시 도시계획이기 때문에 국토부와 협의할 내용이 많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는 개발계획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비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기 억제 조치도 함께 강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 때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의 부동산 단속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함께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에는 그동안 부동산 관련 수사 권한이 없었으나 작년 말 개정 사법경찰직무법이 시행되면서 주택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대한 법률,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