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지위 포석" vs "신뢰구축땐 자발적 核폐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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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협상 교착에 美전문가들 낙관·회의론 극명히 교차
CVID 대안론 모색 움직임도…'핵능력 관리론'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목표로 내세워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실현 가능성을 놓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론과 낙관론이 극명히 교차하고 있다.
6·12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 달 반 가까이 교착국면에 빠져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쪽에서는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 없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서는 북미 정상이 여전히 협상 의지를 보이고 대화 채널도 열려있는 만큼 자발적 비핵화가 실현 가능하다는 관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쉴라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동서센터 지원으로 이뤄진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워싱턴 DC에서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협상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이어 "CVID를 이루려면 북한 내 사찰도 허용하고 핵시설도 폐기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센터 소장을 지낸 리처드 부시는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햇볕정책이 실패했던 이유를 잘 아니까 이번엔 다를 수 있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미국이나 북한의 목표가 다르다"고 봤다.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것 같지는 않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길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CVID를 현실적 목표로 삼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아예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고 북한의 핵능력을 감시·관리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종의 '북핵 관리론'이다.
데니 로이 미국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아직은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핵무기 제조 능력은 있지만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검증할 수 있는 상황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능력과 재래식 무기를 억지하는 수준에서 한반도·역내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윌슨센터의 덴마크 국장은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지만 미국은 수십 년간 양국을 성공적으로 억지해왔고 북한도 충분히 억제 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미국이 핵무기로 자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실 핵무기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내 핵시설을 동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며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무기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한반도와 역내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반도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장사정포 같은 재래식 무기인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수준의 합의를 해버리면 북한이 비핵화 전에 멈춰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핵화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외교 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면 비핵화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반론을 폈다.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 소속 제임스 미닉 대령은 "북한이 자국의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정권의 적법성을 부여해준다면 북한도 굳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미닉 대령은 '신뢰를 쌓고 핵 능력은 폐기(Building Confidence, Dismantling Capability)'하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안하면서 "협상 과정이 늘어지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 기회가 왔을 때 빨리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스 루스 미국북한위원회(NCNK) 사무총장은 "많은 이들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실패라고 평가하는데, 그런 평가는 이르다"며 "북미 정상급에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스 사무총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최근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양국의 외교 채널이 계속 열려있고 교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루스 사무총장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한 폼페이오 장관과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부위원장 등 두 강경파의 이번 대화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오해를 통한 전쟁의 가능성을 낮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외교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VID 대안론 모색 움직임도…'핵능력 관리론'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목표로 내세워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실현 가능성을 놓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론과 낙관론이 극명히 교차하고 있다.
6·12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 달 반 가까이 교착국면에 빠져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쪽에서는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 없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서는 북미 정상이 여전히 협상 의지를 보이고 대화 채널도 열려있는 만큼 자발적 비핵화가 실현 가능하다는 관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쉴라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동서센터 지원으로 이뤄진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워싱턴 DC에서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협상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이어 "CVID를 이루려면 북한 내 사찰도 허용하고 핵시설도 폐기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센터 소장을 지낸 리처드 부시는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햇볕정책이 실패했던 이유를 잘 아니까 이번엔 다를 수 있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미국이나 북한의 목표가 다르다"고 봤다.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것 같지는 않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길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CVID를 현실적 목표로 삼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아예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고 북한의 핵능력을 감시·관리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종의 '북핵 관리론'이다.
데니 로이 미국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아직은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핵무기 제조 능력은 있지만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검증할 수 있는 상황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능력과 재래식 무기를 억지하는 수준에서 한반도·역내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윌슨센터의 덴마크 국장은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지만 미국은 수십 년간 양국을 성공적으로 억지해왔고 북한도 충분히 억제 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미국이 핵무기로 자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실 핵무기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내 핵시설을 동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며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무기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한반도와 역내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반도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장사정포 같은 재래식 무기인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수준의 합의를 해버리면 북한이 비핵화 전에 멈춰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핵화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외교 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면 비핵화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반론을 폈다.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 소속 제임스 미닉 대령은 "북한이 자국의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정권의 적법성을 부여해준다면 북한도 굳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미닉 대령은 '신뢰를 쌓고 핵 능력은 폐기(Building Confidence, Dismantling Capability)'하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안하면서 "협상 과정이 늘어지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 기회가 왔을 때 빨리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스 루스 미국북한위원회(NCNK) 사무총장은 "많은 이들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실패라고 평가하는데, 그런 평가는 이르다"며 "북미 정상급에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스 사무총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최근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양국의 외교 채널이 계속 열려있고 교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루스 사무총장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한 폼페이오 장관과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부위원장 등 두 강경파의 이번 대화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오해를 통한 전쟁의 가능성을 낮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외교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