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는 스타 '젠틀몬스터' 나왔는데… 안경은 규제에 막혀 '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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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전향한 젠틀몬스터
안경테 사업 부진하자
'전지현 선글라스' 계기로
선글라스에 과감한 베팅
'한국의 와비파커' 막는 규제
도수 있는 안경·콘택트렌즈
온라인으론 판매 못해
영세한 안경 업계
업체 90%가 직원 10명 이하
브랜드 파워 떨어져 한계
전향한 젠틀몬스터
안경테 사업 부진하자
'전지현 선글라스' 계기로
선글라스에 과감한 베팅
'한국의 와비파커' 막는 규제
도수 있는 안경·콘택트렌즈
온라인으론 판매 못해
영세한 안경 업계
업체 90%가 직원 10명 이하
브랜드 파워 떨어져 한계
2014년 한 드라마에 배우 전지현이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이 선글라스를 찾기 시작했다. 열풍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번졌다. ‘전지현 선글라스’로 불리는 대형 히트 상품의 등장이었다. 이 제품을 제조한 젠틀몬스터는 순식간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선글라스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명품업체들의 경쟁자가 됐다. 선글라스 시장에서는 젠틀몬스터가 나왔지만 안경 하면 떠오르는 업체는 거의 없다. 두 산업의 희비를 가른 것은 인식의 장벽과 규제였다.
◆젠틀몬스터도 못 뚫은 안경시장
미국에서 하버드대 학생 한 명이 안경을 잃어버렸다. 안경을 사면서 “안경은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알아보니 글로벌 안경업체 룩소티카가 미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안경을 파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5개를 한꺼번에 보내주고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남기고 다시 반송받는 방식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 된 ‘와비파커’는 이렇게 탄생했다.
젠틀몬스터도 안경으로 시작했다. 2011년 ‘와비파커’ 모델과 비슷한 ‘홈트라이’ 시스템을 선보였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 5개를 고르면 배송해주고 시험 착용해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젠틀몬스터는 오프라인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안경테 판매매장 ‘쇼룸’을 열었다. 안경테 제조업체가 판매매장을 직접 차린 드문 사례다. 이마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주력인 홈트라이 시스템은 계속 부진했다. ‘안경테는 안경점에 가서 써보고 사고, 안경렌즈는 그곳에서 맞춰야 한다’는 인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전지현 선글라스’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는 “아무리 싸도 보통 사람은 안경을 많이 사야 1년에 한 개 산다. 화려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젠틀몬스터의 미래는 선글라스에 있다”며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젠틀몬스터 매출은 1612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337명에 달한다. 지금도 안경테를 판다. 매출 비중은 선글라스와 안경테가 7 대 3 정도다.
◆세계 2위 수출국에서 추락
안경 시장에는 스타가 없다. 1980~1990년대 세계 2위의 안경테 수출국 한국의 위상은 온데간데없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쇠락을 거듭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쳐 한때 연 수출이 1억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안경테와 선글라스 수출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안경테 수출은 2012년(1억3982만달러) 수준이 지난해(1억3074만달러)까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선글라스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611만달러에서 작년 3465만달러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국내 안경테 제조업은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655개 안경 제조업체의 90% 이상이 10인 미만 사업장이다. 지역으로 보면 558개(85%)가 대구에 몰려 있다. 부활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울템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하면서 국내 안경테 제조 업체는 고사 직전에서 벗어났다. 울템은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초경량 고탄성 소재다. 이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소재혁신과 제조혁신을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김원구 한국안광산업진흥원장은 “급성장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와비파커 나올 수 없게 하는 규제
영세성과 스타 브랜드 부재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는 규제다. 한국에서는 도수가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팔지 못한다. 의료기사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12조5항은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팔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의 시력검사를 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취지지만 이 조항이 한국에서 와비파커가 나올 수 없게 하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를 인터넷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게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정부는 2014년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한안경사협회가 반대해 무산됐다.
해외에서는 안경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와비파커는 스마트폰 시력검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안경 구매에 필요한 안과의사 처방을 집에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호주도 온라인 안경·렌즈 판매가 연평균 6.5%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경의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온라인으로 안경과 렌즈를 판매하는 40여 개 업체가 100일 내 환급서비스, 2년 보증 서비스 등을 내놓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미국에서 하버드대 학생 한 명이 안경을 잃어버렸다. 안경을 사면서 “안경은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알아보니 글로벌 안경업체 룩소티카가 미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안경을 파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5개를 한꺼번에 보내주고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남기고 다시 반송받는 방식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 된 ‘와비파커’는 이렇게 탄생했다.
젠틀몬스터도 안경으로 시작했다. 2011년 ‘와비파커’ 모델과 비슷한 ‘홈트라이’ 시스템을 선보였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 5개를 고르면 배송해주고 시험 착용해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젠틀몬스터는 오프라인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안경테 판매매장 ‘쇼룸’을 열었다. 안경테 제조업체가 판매매장을 직접 차린 드문 사례다. 이마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주력인 홈트라이 시스템은 계속 부진했다. ‘안경테는 안경점에 가서 써보고 사고, 안경렌즈는 그곳에서 맞춰야 한다’는 인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전지현 선글라스’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는 “아무리 싸도 보통 사람은 안경을 많이 사야 1년에 한 개 산다. 화려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젠틀몬스터의 미래는 선글라스에 있다”며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젠틀몬스터 매출은 1612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337명에 달한다. 지금도 안경테를 판다. 매출 비중은 선글라스와 안경테가 7 대 3 정도다.
◆세계 2위 수출국에서 추락
안경 시장에는 스타가 없다. 1980~1990년대 세계 2위의 안경테 수출국 한국의 위상은 온데간데없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쇠락을 거듭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쳐 한때 연 수출이 1억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안경테와 선글라스 수출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안경테 수출은 2012년(1억3982만달러) 수준이 지난해(1억3074만달러)까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선글라스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611만달러에서 작년 3465만달러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국내 안경테 제조업은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655개 안경 제조업체의 90% 이상이 10인 미만 사업장이다. 지역으로 보면 558개(85%)가 대구에 몰려 있다. 부활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울템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하면서 국내 안경테 제조 업체는 고사 직전에서 벗어났다. 울템은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초경량 고탄성 소재다. 이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소재혁신과 제조혁신을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김원구 한국안광산업진흥원장은 “급성장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와비파커 나올 수 없게 하는 규제
영세성과 스타 브랜드 부재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는 규제다. 한국에서는 도수가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팔지 못한다. 의료기사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12조5항은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팔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의 시력검사를 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취지지만 이 조항이 한국에서 와비파커가 나올 수 없게 하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를 인터넷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게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정부는 2014년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한안경사협회가 반대해 무산됐다.
해외에서는 안경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와비파커는 스마트폰 시력검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안경 구매에 필요한 안과의사 처방을 집에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호주도 온라인 안경·렌즈 판매가 연평균 6.5%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경의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온라인으로 안경과 렌즈를 판매하는 40여 개 업체가 100일 내 환급서비스, 2년 보증 서비스 등을 내놓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