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사진)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발언한 기무사 보고서가 25일 공개되면서 송 장관과 국군기무사 간 ‘진실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극상 이어 거짓말 공방… 宋국방-기무사 '위수령 발언' 놓고 난타전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민병삼 기무사 대령의 주장에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송 장관은 기무사의 보고서 공개 이후에도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 주장의 진위는 군특별수사단 조사를 통해 규명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계엄 문건 논란이 장관과 기무사 간 ‘말 바꾸기’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무사 대령 폭로, 문서로 제출돼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전달받은 기무사 보고서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9일 부처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문건엔 또 “위수령 검토 문건 중 수도방위사령부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주었는지 모르겠다”며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데 용인할 수 없다.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한다”는 발언도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국방부를 담당하는 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뒤 PC로 작성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문서로 알려졌다. 민 대령은 전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이 7월9일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해당 문건의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있었던 일에 대해 송 장관은 절대로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며 동석했던 사람들은 그런 발언이 기억 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민 대령이 작성한 문건에만 그런 내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측은 “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계엄 문건 청문회’ 합의

청와대는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계엄 문건을 공개해 기무사의 불법성을 부각시켜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사태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칫 송 장관의 국회 발언에 거짓이 있거나 심각한 판단 오류, 혹은 늑장 보고의 고의성이 발견될 경우 개혁의 동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문제인 만큼 국방부에서 우선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다음달로 예상되는 개각 때 송 장관의 교체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여야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계엄 문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회 국방위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특수단, 문건 작성자 자택까지 압수수색

국방부 특수수사단은 2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주요 부처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 전 장관의 지시로 문건이 작성됐다”는 진술이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한 전 장관을 비롯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등 지난 정부 핵심 인사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수단이 이날 압수수색한 대상은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15명이다.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 3처장으로 TF를 이끌었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소장), 계엄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인 기우진 기무사 5처장(준장) 등이 포함됐다. 기 준장은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