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답변 자료를 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답변 자료를 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점차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해오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속적으로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데다 최근 여당 내에서도 완화 쪽에 찬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정안 통과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반면 윤 원장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승계 절차 및 후보군 관리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과 감독규정 개정을 언급하면서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금융위원회 의견과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입장 바꾼 윤석헌

윤 원장은 학자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해왔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1월 “혁신위는 현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한국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구체적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금융위와 마찰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해왔는데 지금도 그러냐’고 질문하자 윤 원장은 “특례법에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특례법이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규제를 기존 10% 이하에서 최대 34% 이하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뜻한다.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특례법을 통해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올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대주주에 대해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을 금지하자”고 제안하자 최 위원장은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자기자본의 5% 또는 10%로 제한하는 것도 좋고,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금고화 제한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CEO 핵심 후보 사전관리

금감원은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 자료에 CEO 후보군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또 CEO 핵심 후보군 2~4명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감독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CEO 선임 기한에 임박해서 최종 후보자들을 추려낸다”며 “해외 선진국 금융회사는 CEO 자격을 갖추기 위해 1년 전부터 후보군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최소 현행 CEO 임기 1년 전 CEO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이들의 교육·평가 방안을 감독규정에 담겠다는 게 금감원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금감원의 방침이 실현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금융위의 의견과 배치된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CEO 승계 절차와 CEO 후보 관리는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가이드라인과 감독규정을 마련한다면 금융위가 정한 자율성 존중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한국 금융회사 현실에 적용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회사 CEO 교체 시기엔 조직이 각종 줄서기로 분열된다”며 “핵심 후보가 1년 전 정해진다면 그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사분오열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신영/강경민/김우섭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