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소재로 작품을 찍는 사진가는 꽤 있지만, 기와지붕만을 찾는 사진가는 거의 없다. 기와지붕의 색이 검정에 가깝고, 형태도 다채롭지 않아서 시리즈로 작품을 내기 어려워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원씨는 어느 날 갑자기 기와지붕을 찍기 시작했다.
와공(瓦工)이었던 선친에 대한 기억이 원씨의 렌즈를 자연스럽게 기와지붕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무채색의 담백한 기와지붕은 햇볕, 나무, 눈 등 자연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 보였고, 원씨는 거기에서 단아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건져 올렸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