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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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함께 공유하며 소통해보는 [와글와글]. 두 아이를 둔 아빠가 장시간 게임을 하는 것을 고민하는 아내 A씨의 사연이다.

누군가에게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10년 차 결혼 생활 중인 A씨는 '게임 중독'인 남편 때문에 고민이다.

4세, 8세의 두 아이를 두고 있지만 남편은 퇴근하면 곧장 컴퓨터 앞으로 향한다. 그래서 A씨는 오롯이 독박 육아 중이다.

물론 A씨도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직장인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커피, 과일 등 '야식 셔틀'도 신경 써 준비해왔다.

문제는 남편이 게임을 즐기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독' 같다는 사실이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데도 잠까지 줄여가며 게임을 하고 있다.

A씨는 남편에게 "게임 조금만 줄이고 차라리 잠을 자라"며 "육아 도움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 정도면 적정 시간 아닌가"라고 발끈한다.

평일 밤, 퇴근 후 8시부터 장작 6시간 동안 남편은 게임 삼매경이다.

A씨는 두 아이에게 게임 시간을 1시간으로 정해놓고 교육해왔는데, 남편이 저러고 있으니 할 말이 없어졌다. 아이들은 "아빠도 하는데 왜"라면서 게임을 하길 원한다.

그는 차라리 남편이 아이들이 깨어 있을 땐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 아니었던가.

A씨는 "가끔 쉬는 날이면 아침 8시까지 게임을 하고 자러 들어간다"며 "게임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제발 잠은 좀 자면서 하라는 거다"라고 토로한다.

이번엔 편하게 게임을 하라고 게임기에 적합한 책상까지 사줬다. 이 정도면 A씨 입장에선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부는 게임 말고는 싸울 일이 전혀 없었다. A씨는 네티즌에게 "제 이해력이 부족한가요"라며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휴일 6시간이면 그럴 수 있다. 평일에 6시간?은 너무한다", "자신의 건강과 가정환경에서 문제가 없으면 모르겠지만, 깨어있는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는 잠시 꺼두는 게 좋겠다", "컴퓨터 게임 말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맨몸 게임을 해라", "백수도 6시간 게임 안 한다. 아내가 '보살'이다"고 지적했다.

게임 중독은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몰두하는 상태를 뜻한다. 명확한 진단 기준은 없지만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면 문제가 있다.

다음은 한국 심리학회에서 제공한 자가 게임 중독 진단표다.
<게임 중독 자가 진단표>

1. 게임에 대한 내성이 나타난다. 즉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더 오래 게임을 하고 싶어진다.

2. 게임 금단 증상이 있거나 금단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 금단 증상으로는 초조, 불안, 무기력, 게임 장면들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것 등이 있다.

3. 결심 또는 계획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한다.

4. 게임을 줄여야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5. 게임을 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게임을 하거나, 게임방에 가기 위해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한다.

6. 게임이 학업(직장), 가정 및 대인 관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하루의 스케줄이 게임에 의해 결정되고, 밤새워 게임을 하느라고 잠을 못 잔다. 또한 학생의 경우 지각이나 결석 횟수가 늘면서 성적이 떨어진다.

7. 게임 때문에 몸과 마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게임을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오래 한 후 머리가 심하게 아프지만 게임을 멈추지 못하거나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요법과 정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무조건 게임 시간을 제한하고 컴퓨터를 없애는 단순한 처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보다 현실 세계에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부부, 가족 간의 공통적인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 주변의 도움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엔 전문가와 의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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