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올해 안 화물 터미널 택배 자동분류기 설치 완료 계획"
택배분류 시간 논란 지속… "7시간 공짜노동" vs "3시간 걸려"
택배 배송 전 분류작업이 '공짜노동'이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택배노조 조합원들과 CJ대한통운·CJ대한통운 대리점주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파업을 벌였던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업무에 복귀했지만,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 임금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26일 CJ대한통운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 기사들이 하루 근무시간 14시간 중 7시간을 택배 분류작업에 투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 기사의 본업인 택배 배송에 앞서 화물 터미널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에 7시간이 걸리는 만큼 별로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택배분류 인력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190명가량 되는 경남과 울산 등 영남지역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파업하고 이후 시위를 벌였으나 정치권의 중재로 지난 20일 업무에 복귀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분류 시설이 자동화돼 분류에 드는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며 배달 물량을 인수하는 작업도 택배 기사 업무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당시 CJ GLS(현 CJ대한통운)가 화물분류작업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부당이득을 봤으므로 반환해야 한다며 대리점주(택배기사)가 낸 소송에서 "화물 분류작업은 회사뿐 아니라 원고(대리점주)들을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으며 분류작업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 지난해 광주지방법원도 택배 기사가 CJ대한통운 대리점을 상대로 낸 택배 분류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대리점이 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법원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대법원은 관례로 진행됐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고 분류작업이 택배 배송작업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찾아가 본 서울 금천구의 CJ대한통운 구로지점에서는 자동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가 택배 물량을 담당 배송 대리점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구로지점은 소비자가 택배를 받기 전에 물건을 분류하는 마지막 택배 거점인 서브터미널 가운데 한 곳이다.

회사 측은 휠소터가 대리점이나 특정 지역 단위로 5∼8개 대리점이 담당하는 물량을 분류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휠소터가 분류해 컨베이어벨트로 운반하는 물건을 택배 기사들이 확인해 자신의 트럭에 싣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CJ대한통운 구로중앙대리점 택배 기사 신희원 씨는 "노조는 분류작업으로 하루 7시간씩 일한다는데 그렇지 않다"며 "대리점들끼리 교대로 분류작업을 나눠 하면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분류기가 미설치된 화물 터미널에서는 여전히 대리점별로 택배 기사들이 나와서 분류작업을 해야 해 5∼6시간씩 걸린다고 한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전국 서브터미널 178곳 가운데 80.3%에 해당하는 143곳에 자동분류기가 설치됐으며 올해 말까지 모든 서브터미널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 파업에 1만7천 명 택배기사 가운데 1%에 불과한 190명밖에 참가하지 않았다"면서 "노조 입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택배를 소분류해 인수하는 시간도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한 택배 기사는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자신이 정한 배달순서에 따라 차량에 싣는 것은 택배 기사가 직접 할 수밖에 없다"며 "파업 등으로 배달이 제대로 안 된다는 소문이 나 거래처가 날아가지나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1인당 평균 월 소득은 551만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