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협력해 구소련 견제하자던 과거 주장과 '정반대' 구상 설파
데일리비스트 "공감대 있으나 러시아의 美대선개입 등 탓에 꼬여"
"중국통 키신저, 러'와 손잡고 中 봉쇄하라고 트럼프에 조언"
지난 1971년 중국 베이징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통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이제는 러시아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인터넷매체 '데일리 비스트'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구소련을 고립시키려면 중국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가 요즘은 정반대의 조언을 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 내에 그러한 조언을 경청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가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인수위 기간에 몇 차례 따로 만나 떠오르는 중국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과 공조해 점증하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봉쇄하자는 전략이었다고 한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와 만나서도 이러한 구상을 설명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키신저 전 장관의 이러한 제안이 수용되는 양상이라고 한다.

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리들도 이러한 전략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대선개입을 부인하는 푸틴의 편을 든 탓에 이러한 구상은 복잡하게 꼬여 사실상 실행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런데도 정치권 최고위 인사들이 키신저 전 장관의 조언을 경청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그 자신이 얼마나 극적으로 지정학적 관점을 바꿨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데일리 비스트'는 해석했다.

특히 러시아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키신저 전 장관의 역구상은 공개석상에 드러낸 자신의 언행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미·중 대학총장 포럼연설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까지 연결하려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는 세계 무게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띤다"며 세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중국과의 협력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도 적어도 17차례 만났다고 한다.

또 그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는 지난 16일 헬싱키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열렸어야 하는 회담"이라며 옹호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데일리 비스트'는 백악관의 몇몇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하는 유용한 평형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모든 이들이 이러한 구상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중국을 봉쇄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집단적 접근의 구상을 이해하지만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는 등 미국이 구축한 민주주의 등 제도를 파괴하려 하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관점에서는 러시아가 오히려 중국보다 더 큰 전략적 도전일 수 있다고 '데일리 비스트'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