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기무사 이전투구에 '계엄문건 진실규명이 본질' 일침
기무사 개혁 의지 재천명…보고경위 논란 규명도 첫 언급
宋 문책시 '경고냐 경질이냐' 수위 따라 개각 규모에도 영향
文대통령 '先기무사개혁·後보고논란 규명'…송영무 문책도 시사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 간 이전투구 변수가 돌출하자 조기에 이 현안의 본질을 '진실규명'이라고 못 박고 단호한 중심 잡기에 나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위수령 관련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보고경위 논란이 계엄문건 이슈의 본령인 진상규명 작업을 오도할 우려가 있는 데다 이는 결국 기무사를 포함한 국방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군 통수권자로서 군내 하극상과 기강해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을 보고받고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 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가장 본질적이고도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진상규명'이라는 목표가 흐려질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송 장관이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기무사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국방부는 기무사를 상대로 계엄령 문건 감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해체 수준의 개혁 압박에 직면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버티는 기무사와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맞선 국방부의 정면충돌 양상 탓에 '계엄령 문건 수사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해외순방 중에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본질인 계엄령 문건 진실규명이 뒷전으로 밀린 채 국방부와 기무사 간 대립 양상만 부각된다면 자연스레 기무사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 역시 문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는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해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계엄령 문건을 만든 당사자로서 개혁의 대상인 기무사가 보고경위와 관련한 '꼬투리'를 잡아 현 국면을 모면하려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경위 논란과는 별개로 기무사 개혁만큼은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는 기무사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문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명령'이라고 표현해 온 국방개혁 또한 발목 잡힐 수 있는 만큼 기무사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는 채찍질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 진상규명과 기무사 개혁 등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정상 궤도에서 이뤄지고 나면 현재 빚어진 혼란 양상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면서 "기무사 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합당한 조처'가 송 장관의 경질을 포함한 것인지를 묻는 말에 김 대변인은 "책임을 따져보고 그에 따라 (대통령이)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계엄령 문건 사태가 불거지기에 앞서 송 장관이 잇단 실언 등으로 문제가 됐을 때도 문책과 관련한 언급을 삼갔으나, 이번에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기무사 개혁 방안이 나온 뒤 보고경위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송 장관의 실책이 드러날 경우 문책당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조사 결과에 따라 문책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문책될 경우 청와대가 후임 국방장관에 대한 인물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경고' 수준에 그치거나 내달로 예정된 개각과 정치권의 국방장관 교체 요구 움직임과 맞물려 경질될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혼재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