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30일이면 만드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50개 공장 네트워크 갖춘 허제 N15 대표
스타트업 시제품 만들고 공장 섭외·일정관리까지
'혀 클리너' 생산 요청받고 디자인 고안해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3개월안에 끝내
스타트업 시제품 만들고 공장 섭외·일정관리까지
'혀 클리너' 생산 요청받고 디자인 고안해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3개월안에 끝내
“전기차 양산도 30일이면 가능합니다. 디지털카메라도 어렵지 않게 제조할 수 있습니다.”
허제 N15 대표(사진)의 말이다. N15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생산지원 업체)다. 국내에서 하나뿐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제품 생산을 의뢰하면, 시제품 생산과 양산을 담당할 공장을 찾아주고, 품질 관리까지 해준다. 필요하면 디자인 특허 등록과 패키징(포장 디자인), 마케팅까지 대행한다. 허 대표는 “생산은 N15에 맡기고 기업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N15의 롤모델은 중국 선전에 있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헥스’다. 헥스는 드래곤이노베이션과 함께 대표적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허 대표는 2015년 헥스를 직접 가보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같은 해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상가 15동에 회사를 열었다. 회사 이름이 N15인 이유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창업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그는 “제조업도 정보기술(IT) 분야처럼 빠르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들고 N15를 찾아오면 국내 150개사 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특성에 적합한 공장을 3~4곳 추천해준다. 정해진 날짜에 생산될 수 있도록 일정 관리도 해준다. 허 대표는 “스타트업과 공장이 서로 만나 비용이나 일정 문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제품으로 만들어준다. 지난해 8월 전자상거래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이 ‘혀클리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왔다. 혀에 있는 세균을 제거해주는 제품이란 것 외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N15는 먼저 시장에 나온 기존 제품을 분석해 디자인 시안을 확정한 뒤 기능 설계에 들어갔다. 돌기 개수를 1개부터 7개, 높이는 30가지, 손잡이 크기를 14종으로 나눠 총 490개 경우의 수를 모두 테스트했다. 3개월 후 50만 개를 양산했다. 초기 생산 물량이 ‘완판’돼 500만 개를 추가로 생산했다. 허 대표는 “단순 제조 전문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문가까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춰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공장 윈윈 구조
N15를 설립한 뒤 허 대표는 1주일 중 나흘을 구미 안산 등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서 보냈다. 공장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 스타트업이 원하는 소량을 만들어주겠다는 곳이 별로 없어 더 어려웠다. 설립 첫해에 파트너 공장 70곳을 선정하고, 이듬해 140여 곳으로 늘렸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에도 파트너 공장 40곳을 확보했다. 공장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설득했다. 소량이라도 스타트업 제품을 일정에 맞춰 만들어주는 업체에 일감을 더 몰아줬다.
지금까지 N15에 제품 생산을 의뢰한 스타트업은 96곳이다. 20여 개 아이디어를 제품 양산으로 연결했다. 음성인식 이동형 냉장고 또한 회로와 펌웨어 설계를 지원해 의뢰 후 35일 만에 시제품을 제작해 고객사에 제공했다.
N15는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제품 아이디어는 좋은데 양산 비용이 부족하면 직접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전문적으로 맡는 ‘N15 파트너스’도 최근 분리했다. 허 대표는 “스타트업이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까닭은 중간 과정에서 커미션을 떼어 가는 ‘생산대행사’가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허제 N15 대표(사진)의 말이다. N15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생산지원 업체)다. 국내에서 하나뿐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제품 생산을 의뢰하면, 시제품 생산과 양산을 담당할 공장을 찾아주고, 품질 관리까지 해준다. 필요하면 디자인 특허 등록과 패키징(포장 디자인), 마케팅까지 대행한다. 허 대표는 “생산은 N15에 맡기고 기업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N15의 롤모델은 중국 선전에 있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헥스’다. 헥스는 드래곤이노베이션과 함께 대표적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허 대표는 2015년 헥스를 직접 가보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같은 해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상가 15동에 회사를 열었다. 회사 이름이 N15인 이유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창업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그는 “제조업도 정보기술(IT) 분야처럼 빠르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들고 N15를 찾아오면 국내 150개사 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특성에 적합한 공장을 3~4곳 추천해준다. 정해진 날짜에 생산될 수 있도록 일정 관리도 해준다. 허 대표는 “스타트업과 공장이 서로 만나 비용이나 일정 문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제품으로 만들어준다. 지난해 8월 전자상거래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이 ‘혀클리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왔다. 혀에 있는 세균을 제거해주는 제품이란 것 외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N15는 먼저 시장에 나온 기존 제품을 분석해 디자인 시안을 확정한 뒤 기능 설계에 들어갔다. 돌기 개수를 1개부터 7개, 높이는 30가지, 손잡이 크기를 14종으로 나눠 총 490개 경우의 수를 모두 테스트했다. 3개월 후 50만 개를 양산했다. 초기 생산 물량이 ‘완판’돼 500만 개를 추가로 생산했다. 허 대표는 “단순 제조 전문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문가까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춰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공장 윈윈 구조
N15를 설립한 뒤 허 대표는 1주일 중 나흘을 구미 안산 등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서 보냈다. 공장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 스타트업이 원하는 소량을 만들어주겠다는 곳이 별로 없어 더 어려웠다. 설립 첫해에 파트너 공장 70곳을 선정하고, 이듬해 140여 곳으로 늘렸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에도 파트너 공장 40곳을 확보했다. 공장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설득했다. 소량이라도 스타트업 제품을 일정에 맞춰 만들어주는 업체에 일감을 더 몰아줬다.
지금까지 N15에 제품 생산을 의뢰한 스타트업은 96곳이다. 20여 개 아이디어를 제품 양산으로 연결했다. 음성인식 이동형 냉장고 또한 회로와 펌웨어 설계를 지원해 의뢰 후 35일 만에 시제품을 제작해 고객사에 제공했다.
N15는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제품 아이디어는 좋은데 양산 비용이 부족하면 직접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전문적으로 맡는 ‘N15 파트너스’도 최근 분리했다. 허 대표는 “스타트업이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까닭은 중간 과정에서 커미션을 떼어 가는 ‘생산대행사’가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