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락한 현물가가 고정거래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습니다.”

26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SK하이닉스 측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된 비관론을 거듭 반박했다. 만 2년간 이어지는 반도체 호황이 끝날 기미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올 들어 하락한 현물가를 근거로 고정거래가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부사장은 “PC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크게 줄어 현물가가 과거와 같은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며 “현물가와 고정거래가는 별개 시장으로 추세적 상관관계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고정거래가는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업체와 계약하는 가격을 말한다. 현물가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의 값이다. 지난해 11월 9.62달러(DDR4 8Gb 기준)였던 D램 현물가가 최근 8달러 선 밑으로 떨어지며 반도체 호황이 곧 끝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졌다.

주로 PC가 중심인 현물가 하락 현상과 별개로 PC용 D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PC 출하량은 621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게임용을 중심으로 PC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PC용 D램 생산라인도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으로 전환하고 있어 PC용 D램 품귀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현물가 하락이 바로 고정거래가 약세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추가 상승을 상당히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C용 D램 현물가가 고정거래가를 3%가량 밑돌아 PC 제조업체가 높은 수준의 고정거래가를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보인 향후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는 올해 공급 증가폭을 D램 20%, 낸드플래시 40%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추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보다 3~6%포인트 많은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수요 증가폭을 실제보다 높게 잡아 연말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