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클라우드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직접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칩 ‘에지 TPU’를 공개했다.

TPU는 구글의 AI 전용 칩으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능에 최적화돼 있다. 구글은 다가오는 데이터 폭증 시대에 에지 TPU를 앞세워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팩토리, 가상현실(VR) 기기 등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인종 구글 IoT부문 부사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8’ 행사에서 에지 TPU를 소개했다.

이 부사장은 “에지 TPU는 1센트 동전 위에 4개가 놓일 정도로 작은 크기지만 성능은 뛰어나다”며 “구글은 클라우드 서버와 단말기 양쪽 모두에서 머신러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AI 서비스 ‘빅스비’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 2월 구글로 이직했다.

구글이 에지 TPU를 개발한 것은 미래 IoT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IoT 기기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이른바 ‘에지 컴퓨팅’이 필수적이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중앙서버까지 끌어오지 않고 가장자리인 단말기에서 곧바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20년에는 1인당 6.58개의 IoT 기기와 연결되고, 지구촌에서 하루평균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은 120엑사바이트(EB)에 이를 전망이다. 1EB는 1기가바이트(GB)의 10억 배다.

자율주행차 등이 급증하면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클라우드 중앙서버는 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 스스로 에지 컴퓨팅 기기 역할을 하면서 차량의 충돌 예방, 경로 우회, 운전자 시선 감지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에지 컴퓨팅이 IoT 시대에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구글은 이날 LG CNS와도 에지 컴퓨팅 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신균 LG CNS 최고기술책임자(CTO·전무)는 이 부사장과 함께 에지 TPU를 적용한 스마트팩토리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LG CNS는 LG화학의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기판의 불량품을 검사하는 데 에지 TPU를 활용했다.

현 CTO는 “구글 클라우드 AI를 통해 수만 장의 불량 유리기판 이미지를 학습시킨 결과 1주일 만에 불량 판별 정확도를 99.9%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에지 TPU는 클라우드 접속 없이도 곧바로 제조 현장에서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