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쥐보다 세포수 1만배 많은 코끼리, 에너지는 1000배만 더 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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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웨스트 지음 / 이한음 옮김
김영사 / 664쪽│3만원
제프리 웨스트 지음 / 이한음 옮김
김영사 / 664쪽│3만원
![[책마을] 쥐보다 세포수 1만배 많은 코끼리, 에너지는 1000배만 더 쓰는 까닭](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89307.1.jpg)
![[책마을] 쥐보다 세포수 1만배 많은 코끼리, 에너지는 1000배만 더 쓰는 까닭](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88036.1.jpg)
저자에 따르면 동물의 몸집이 2배로 늘어날 때 대사율은 100%가 아니라 4분의 3인 75%만 증가한다. 크기가 배로 늘어날 때마다 사용하는 에너지는 25% 절약된다는 뜻이다. 코끼리의 에너지 효율이 쥐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다. 저자가 ‘스케일링 법칙’이라고 명명한 이 법칙은 포유류는 물론 조류, 어류, 갑각류, 세균, 식물, 세포까지 거의 모든 생물군에 다 적용된다. 몸집과 대사율만이 아니라 성장률, 심장 박동 수, 진화 속도, 유전체 길이, 미토콘드리아 밀도, 뇌의 회색질, 수명, 나무의 키, 심지어 잎의 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비슷한 규칙에 따라 증감된다.
생물학자 마르크스 클라이버가 처음 발견한 이 법칙을 저자는 개별 생물종을 넘어 전체 생태계와 기업, 도시 등으로 확장한다. 생물계에서 발견한 법칙이 사회적 유기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동식물, 인간의 몸, 종양, 기업 등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크고 작은 세계가 조직되고 기능하는 방식은 비슷하다며 각 분야를 아우르는 대통합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도로 복잡한 모든 현상의 밑바탕에는 공통된 개념구조가 있으며 동물, 식물, 인간의 사회적 행동, 도시, 기업의 동역학, 성장, 조직체계가 사실상 비슷한 일반법칙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스케일링의 법칙은 건물, 다리, 배, 항공기, 컴퓨터 등 공학적 산물들과 기계를 설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슈퍼맨이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이 법칙 때문이다. 저자는 할리우드 영화 ‘고질라(사진)’를 실존 생명체로 만들려면 키가 106m, 몸무게는 2만t에 이르고 하루에 약 25t의 먹이를 먹어야 하며 대사율이 2000만 칼로리에 달해 인구 1만 명의 소도시에 필요한 식품과 맞먹는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약 100t에 이르는 심장이 1분에 두 번 남짓 뛰면서 인간과 비슷한 혈압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큰 동물일수록 심장 박동이 느리고 더 오래 살기 때문이다.
자연계든 인간세계든 복잡한 세계를 잘게 쪼개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전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를 이해하는 폭넓고 과학적인 기본틀, 즉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대통일 이론’의 필요성을 ‘스케일’이라는 관점에서 제기하고 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