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무서운 전기료 '징벌적 누진제'… 최고 7배 더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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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전기료 폭탄' 고지서
하루 10시간 에어컨 켜면 '슈퍼 요금제' 적용 대상
하루 8시간 쓸 때보다 부가세도 1만5천원 더 붙어
누진제 개정 靑 청원 '봇물'
하루 10시간 에어컨 켜면 '슈퍼 요금제' 적용 대상
하루 8시간 쓸 때보다 부가세도 1만5천원 더 붙어
누진제 개정 靑 청원 '봇물'

고지서가 두려운 소비자들
주택용 저압 전기를 사용하는 아파트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한 대만 사용하되 하루 12시간씩 가동했다면 한 달 전기료는 29만1090원으로 계산된다. 이상 기온이 없던 작년 같은 기간에 하루 8시간만 에어컨을 켰을 때의 전기료(20만5400원)보다 8만5690원 더 내야 한다.
이마저 2016년 주택용 누진제를 개편해 전기요금을 종전 대비 평균 11%가량 낮춘 것이다. 정부는 당시 6단계였던 주택용 누진체계를 3단계로 완화했고 누진율을 최고 11.7배에서 3배로 좁혔다. 다만 1000㎾h를 초과해 사용할 경우 종전의 최고요율(㎾h당 709.5원)을 그대로 뒀다.

가정용 에어컨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냉방 수요 급증의 주요 배경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5년 150만 대 수준이었던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올해 27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기레인지, 빨래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전기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 보급도 늘고 있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2015년 1000억원 선이었지만 작년 1조5000억원대로 3년 만에 15배 늘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에어컨과 전기 탈수기 등의 보급이 늘면서 가정용 전기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폭염이 시작된 이달 들어 관련 청원이 급증해 26일 현재 170건을 넘어섰다. A씨는 “폭염 속에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해도 요금이 두려워 에어컨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한 B씨는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 에어컨이 필수가 됐는데 마음껏 쓸 수 있게만 해줘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2016년 손본 만큼 지금 단계에서 재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전력수급 대책에 관한 긴급 브리핑을 연 자리에서 “가정용 누진제 영향을 분석하고 한전 경영상태까지 살펴본 뒤 고민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