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정부가 목표한 2.9% 성장은 무난하게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연구기관과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분기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하반기에는 더 많은 악재가 대기 중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 목표 '2.9% 성장' 매우 불확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비투자가 당초 전망보다 훨씬 부진하다”며 “정부가 성장 친화적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는다면 2.9% 달성 가능성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지금으로선 2.9%는커녕 2.8%도 불안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경제 연구원 중 유일하게 2.9%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변수를 감안하면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소비 증가는 주식시장 활황, 원화가치 강세 등에 따른 부의 효과로 봐야 한다”며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의 설비투자가 예상외로 크게 위축됐다”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2.9%는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하반기 전망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2.9% 성장률을 맞추려면 하반기 2.8%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최근 기업 경영환경을 보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내수 부진이 하반기에 더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내에서는 ‘고용절벽’과 부동산 거래 둔화, 금리 상승이,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 조치가 우려 요인”이라며 “신산업 육성이나 규제완화 등에 따른 성장 기대 효과가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