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큰 폭으로 떨어지며(원화가치 강세) 달러당 1110원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단기 환율 급등세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외 변수가 많은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 꺾였나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 내린 1119원3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0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10일 후 12거래일 만이다. 올 들어 1000원대 후반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달 후반 1100원대를 뚫고 올라섰다.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되고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4일에는 1135원20전까지 뛰었다.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세가 진정된 건 중국의 경기부양 추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 우려 완화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EU의 대미 무역장벽 완화에 합의했다. EU는 미국산 콩(대두)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관세 인하에 힘쓰기로 했다.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던 조치를 유예할 방침이다. 이른바 ‘대서양 무역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태평양 무역전쟁’도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국무원이 기업에 감세 혜택을 늘리고 지방정부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에도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위안화·달러 환율 상승에서 비롯된 만큼 급등세가 진정될지는 위안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