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캐셔(계산원), 상품 진열,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하는 주부 사원 430여 명은 이달 급여를 두 번 받았다.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무기계약직은 월급날이 10일, 정규직은 21일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스토어즈 내 12년 이상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500여 명 중 정규직 희망자 430여 명에게 ‘선임’ 직급을 일괄 부여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난 2월 홈플러스스토어즈 노조와 임금협약 때 합의한 내용을 이행한 것이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홈플러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홈플러스 142개 점포 중 서울 월드컵점 등 33개 점포가 홈플러스스토어즈에 속해 있다.

홈플러스에서 선임은 정규직 직급이다. 매년 연봉 협상 자격이 주어지고 업무 성과에 따라 승진도 가능하다. 호봉 상승분만 월급에 반영되는 무기계약직과 다르다. 홈플러스는 별도 직군을 만들지 않고 기존 인사제도에 이들을 편입했다. 월급체계, 복리후생 등 근무 조건이 기존 정규직과 똑같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우수 담당 선임 선발’이라는 공모 절차를 거쳐 매년 100명 안팎을 정규직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법인 소속 전체 직원 수의 10%가 넘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처음이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원래 까르푸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까르푸가 2006년 한국에서 철수하고 대주주가 이랜드로 바뀌는 과정에서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맞은 경험이 있다. 이들 주부 사원은 당시 회사의 대량 해고에 맞서 노조를 결성하고 월드컵점 등에서 510일간 파업에 나섰다. 이들의 사연은 영화 ‘카트’, 웹툰 ‘송곳’ 등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들은 2008년 홈플러스가 인수한 뒤 파업을 끝내고 복직했다. 10년이 지난 이달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쁨을 맛봤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홈플러스에 속해 있는 장기 근로 무기계약직에게도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2000~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를 논의 중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형마트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업계 최초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며 “직원들이 사업 환경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