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가동이 급증하면서 다음달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위당 요금이 계단식으로 확 뛰는 누진제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청이 170건을 넘어섰다.

2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하루 8시간 틀었던 가정이 올해 똑같은 제품을 10시간 가동하면 한 달 전기요금이 12만원 넘게 오르는 것으로 계산됐다. 작년 25만8880원에서 올해는 37만9020원을 내야 한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4인 가구가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에어컨을 1대씩 켜는 기준이다.

에어컨 하루 10시간 틀면 전기료 月 12만원 더 낸다
에어컨을 하루 2시간 더 켰을 뿐인데 전기요금이 46%나 급증하는 건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의 영향이다. 전력 판매단가는 산업용에 ㎾h당 평균 107.4원, 주택용에 108.5원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400㎾h를 초과하면 주택용에만 280.6원의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7~8월에는 1000㎾h 이상 쓰는 가정에 한해 단위당 709.5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요금제’다.

다음달 초·중순부터 통보되는 전기료 고지서가 걱정되는 건 올해 기승을 부린 폭염 때문에 에어컨을 많이 켠 가정이 늘었을 것이란 추정에서다. 서울지역 최고 기온은 이상 고온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평균 29도로 기록됐다. 작년 같은 기간(27.6도)보다 1.4도 높았다.

최대 전력 수요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제조업체 가동률이 하락(작년 72.6%→올 1분기 71.0%, 통계청)했다는 점에서 가정용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 게 주요 배경이란 설명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전원가가 가장 싼 원전을 점차 폐기하면 주택 전기료 부담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