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계엄령 문건 논란과 관련해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을 보고받은 후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는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해줬으면 한다”며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해 송 장관을 포함해 관련자 문책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인 지난 10일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 군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뒤 관련 사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관련자 문책 등 강한 메시지를 낸 것은 기무사를 포함한 국방개혁작업이 송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의 진실공방으로 치달으면서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면서 자칫 군 개혁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독립수사단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 등을 놓고 군내 하극상까지 벌어지는 등 기무사 개혁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방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이날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한 TF를 이끌었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국방부 검찰단 본관에 소환, 조사를 벌였다. 소 참모장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소 참모장은 지난 24일 기무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특수단 내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관련 수사팀이 이날 기무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