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간 '깜짝 만남'…자영업자 "생업·사업 구분해야, 마음고생 심해"
'최저임금 업종·지역 차등적용' 건의…文 "쉬운 문제 아냐, 논의하겠다"
취업비용·여성 경력단절 등 호소…文 "정부 어떤 노력 해야하나" 의견구해
 시민들 최저임금·취업난 고민토로…文대통령 "오직 들으러왔다"
"오로지 듣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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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를 깜짝 방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 18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100여분에 걸쳐 '호프 타임'을 가졌다.

특히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의 만남인 줄로만 알고서 호프집을 찾았다가, 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장 밖에서는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유리 너머 문 대통령의 사진을 찍거나,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쓴 종이를 유리에 갖다 대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요즘 최저임금과 고용 문제 등이 심각하게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고 했다.

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 씨가 건배를 제의하며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달라. '아싸'라고 (건배사를) 하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다 같이 "아싸"를 외쳤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자영업자들로부터 건의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이씨는 우선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한다"며 "정책에 불만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얘기를 들으며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지원되는 자금으로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 등으로 질문을 던졌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직 기업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과 지역별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도 다르고, 지역별·업종별로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고용 규모도 다를 수 있다"며 "그에 따른 논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정씨는 "중소기업은 구직도 어렵지만, 구인도 어렵다"며 관심을 당부했고, 문 대통령은 "그래도 대통령에게 얘기하니 시원하시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시장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발표한 뒤 저녁 도시락 배달도 줄었다.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했고, 아파트 경비원인 김종섭씨는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고 하는 등 고민 호소가 이어졌다.

또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된 안현주 언어치료사가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한들 (잘 안된다)"며 울먹이자, 문 대통령은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겠나"라고 의견을 구했다.

편의점주 이태희 씨는 가맹점 불공정 계약 문제를 얘기하며 "심야영업만 안하게 해달라"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가맹점에 운영시간이 (계약으로) 묶여있나"라고 물었고, 임 비서실장은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했으니, 종합적인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만남 도중 외부에서 지켜보던 직장인들 6명도 즉석에서 합류, 문 대통령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얘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시행하니 뭐가 좋나, 육아는 할만 한가"라고 물었고, 한 남자 직원이 "집에서 설거지만 한다.

제 얼굴을 낯설어하던 아이가 저를 많이 찾고 좋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이 짧아져 급여나 수당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은 없나"라고 묻기도 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대화 내용을 듣다가 "대기업들이 잘하겠다"며 "소위 임금이 낮은 분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다른 정책도 같이 가면 좋지 않겠나.

직접적 분배정책도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고, 다양한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시민들 최저임금·취업난 고민토로…文대통령 "오직 들으러왔다"
청년 구직자들과의 대화도 이어졌다.

이찬희 씨가 "취업 준비에 돈이 많이 든다"고 호소하자, 문 대통령은 발언을 경청하면서 "취업 준비에 돈이 얼마나 드느냐.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을 따는 데 어느 정도가 드나"라고 반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구직자 배준 씨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과감하게 포기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 등 궁금한 점을 물었다.

가벼운 농담도 오갔다.

지방에서 서울에 와 청와대 관람을 하려다 인터넷 예약을 못해 발길을 돌렸던 한 중학교 교사가 자리에 합류, 사정을 털어놓자 문 대통령이 "이분들을 고려해 줄 수 없나"라고 했고, 이에 임 비서실장은 "저분들만 새치기 해서는 안된다"고 답해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문 대통령은 대화 중 "창밖에 어느 분이 스마트폰에 '임종석 잘생겼다'는 문구를 띄웠다"고 하고, 임 비서실장은 "제가 시킨 것이 아닙니다"라고 유머로 받아넘겼다.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 씨가 "미국·영국·호주·한국은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미국의 '꼬붕(부하를 뜻하는 일본어)'"이라며 거친 언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길게 털어놓자, 문 대통령은 "서점에 있는 책을 몽땅 읽으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독자들이)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으로 많이 몰린다.

동네서점은 어떻게 운영하나"라며 "오래된 서점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문화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