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경제 심각하게 이야기돼 말씀 듣고자 자리 마련"
최저임금 논란 등 타개 의지·민생에 초점 맞춘 정책 방향 시사
"시민 속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약속 이행 의미도
경제상황 엄중 인식 문재인 대통령… 경청행보로 민생해법 찾기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찾아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에 나선 것은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보안과 경호상의 어려움을 제쳐 두고 이렇게 시민들과의 현장 스킨십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국민이 겪는 어려운 민생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이 만난 시민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으로 모두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 근무, 낮은 고용률 같은 경제 문제로 인한 어려움으로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문 대통령도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자영업자 (어려움), 고용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대통령의 이런 의중을 읽고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김의겸 대변인은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애초 퇴근길에 가볍게 시민을 만나는 행사를 하자고 했으나 대통령이 '현재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해 콘셉트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행사가 마련된 배경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로 민생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부터 참모들의 보고서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제상황 엄중 인식 문재인 대통령… 경청행보로 민생해법 찾기
문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만남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 대표에게 "최저임금 문제를 지역별·업종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 적용에 차별을 두면 취지에 맞지 않다"며 "관련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며 "고용에서 밀려나는 분,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등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태도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체제가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임에도 초기 부작용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고 문 대통령이 나서서 정책 방향의 진정성을 호소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발표된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해 최저임금 논란 등
민생과 경제 부문에서 정책성과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서 현장에서 소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흘 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에 나서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만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요청할 부분은 요청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자리는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말해 온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유세 당시 "대통령이 되고 청와대에 갇혀 살지 않겠다"며 "일 끝나면 남대문 시장에 나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하고 젊은 사람들이 취업 때문에 고통 겪는 노량진 고시촌에도 가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겨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과 함께 첫 대선 도전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퇴근 때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어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