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어떻게 한 번도 못맞히나"…전력거래소의 헛발질
‘이상 징후’를 보인 건 일주일 좀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력거래소가 헛발질을 시작한 겁니다. 전력거래소는 2011년 설립된 비영리 독립법인입니다. 전국 각 발전소가 적정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매일 최대 전력수요를 예측하지요.

지난 23일 오전 전력거래소는 당일 최대 전력수요가 올여름 예상됐던 최대치(8830만kW)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오후 4~5시에 9070만kW에 달했던 것이죠. 예비율은 당초 예상됐던 11%를 한참 밑돈 8.4%에 그쳤습니다. 예비율이 10%를 밑돌면 안심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전력거래소는 다음날 오전에도 안이하게 판단했습니다. 최대 전력수요가 전날 수준(9070만kW)에 그칠 것으로 봤지요. 당일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인 9248만kW였습니다. 예비율은 7.7%까지 밀렸지요.

그러자 다음날 아침 일찍 당일의 최대 전력수요가 9300만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비율은 6.3%에 불과할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냈지요. 결과는 또 달랐습니다. 당일 최대 수요가 9040만kW로, 전력거래소 예상보다 무려 260만kW 적었지요. 원자력발전소 2~3기가 생산하는 전력만큼 차이가 났던 겁니다.

26일엔 다시 4일만에 다시 8900만kW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으나, 결과는 9068만kW로 전날보다 오히려 수요가 늘었습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예비율이 다시 10%대를 회복해 10.6%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9.5%였구요.

에너지를 전공한 한 교수는 “전력 관련 전문기관인 전력거래소가 당일 수요 예측치를 어떻게 한 번도 제대로 못맞힐 수 있느냐”며 희한하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당일 수요를 예상하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에 원전 여러 기가 생산하는 양만큼의 수요를 틀린다면 ‘실력을 의심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는 거지요.

전력거래소도 할 말이 있는 듯 합니다. 독립기관이지만 ‘전문성’을 발휘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합니다. 탈원전을 국정기조로 채택하고 있는 정부가 전력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거래소 홀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사인을 보내기 부담스럽습니다. 탈원전 정책은 전력수요가 서서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야 추진할 수 있지요.

뭐니뭐니 해도 전력거래소는 전력 관련 전문기관입니다. 당일의 수요예측조차 큰 차이로 계속 틀리면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안이하게 판단하다가 2011년 9월11일과 같은 대정전을 초래하거나, 불필요한 발전소를 대규모로 돌리도록 만들어 낭비를 초래할 수 있지요. 전력거래소가 실력과 독립성을 높여야 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