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영악화 요인 부담…노조 "자동차산업 위기 공감"
최단교섭·최고찬성률·최소파업… 현대차 임협 기록 '역대급'
'18년 만의 최단기간 교섭, 11년 만의 최고찬성률, 8년 만의 휴가 전 타결, 7년 만의 최소 규모 파업…'
현대자동차 노사가 27일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남긴 역대급 기록이다.

1년 전인 지난해만 하더라도 노사의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돼 결국 해를 넘겨 타결됐고, 2016년 교섭 역시 1차 부결 후 2차에서 타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변화는 주목된다.

노동계는 영업이익 감소와 관세 폭탄 우려 등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영 상황에다 파업 시 여론 악화 등이 노조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조기 타결을 이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교섭은 지난 5월 3일 상견례 이후 85일 만에 타결됐다.

이는 2010년 임협 당시 45일 만에 타결한 이후 가장 짧은 것이다.

현대차 교섭은 매년 4개월가량 끌던 끝에 마무리됐다.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찬성률은 63.39%로 2007년 77.1% 이후 가장 높다.

올해 임금 인상은 기본급 4만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지난해 기본급 5만8천원 임금 인상(정기호봉과 별도호봉 포함), 성과금 300%(통상임금 대비)+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매 시 20만 포인트(현금 20만원 상당),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과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인 것을 참고하면 최고찬성률은 의미가 더 크다.

일부 현장 노동조직이 이번 합의안에 반발해 교섭장을 봉쇄하고 대자보를 내는 등 부결 운동까지 벌였지만, 조합원들은 가결을 택했다.

특히, 지난해와 2016년 모두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2차 잠정합의안까지 만들어야 했던 것과 비교된다.

올해는 한번 만에 잠정합의안이 통과돼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타결을 끌어냈다.

파업 규모도 7년 새 가장 적다.

노조는 올해 2차례 부분 파업해 회사 추산 1만1천487대(2천502억원 상당) 생산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24차례 파업(회사 추산 생산차질 1조6천200여억원), 2016년 역시 24차례(생산차질 3조1천132억원) 파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노조가 경영과 자동차산업 위기를 체감하면서 이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6천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줄었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영업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했는데, 올해는 더 악화한 것이다.

미국의 '관세폭탄' 우려,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 등 대외의 부정적인 요인도 지속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 시장에서 코나와 싼타페 등 신형 SUV 판매 호조로 판매량이 2.8% 증가했고 유럽 권역과 주요 신흥시장 등에서 판매가 확대된 것이 더 큰 경영악화를 막았다.
최단교섭·최고찬성률·최소파업… 현대차 임협 기록 '역대급'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내수 진작에 나섰는데 교섭 장기화와 추가 파업 등으로 '집안싸움'이 길어지면 해외 이미지 하락, 국내 여론 악화 등으로 판매감소 요인이 겹칠 수 있다는 판단이 노사 모두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의 피로도가 쌓였고,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라며 "올해 2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는 등 현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를 조합원이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