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뒷걸음질'했다.

원화 강세가 실적 악화의 공통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판매 확대와 판매단가 상승효과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면서 현대차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7일 기아차의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26조6천223억원, 영업이익은 6천5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매출액은 0.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3%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글로벌 판매량이 4.4% 늘고 고부가가치 차종인 레저용차(RV)의 비중이 커지면서 판매단가가 상승했음에도 원화 강세가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시장에서 재고 축소를 위해 인센티브(딜러들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를 늘린 것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전날 발표된 현대차 상반기 경영실적(매출액 1.1% 감소·영업이익 37.1% 감소)과 비교하면 매출액 증가 폭이 크고 영업이익 감소 폭은 작다.

이는 기아차의 RV 확대에 따른 판매단가 상승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기아차의 전체 매출 중 RV 비중은 40.9%로 작년보다 2.5%포인트 늘었다.
기아차도 상반기 영업이익 '후진'… "RV 확대로 방어"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으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흐름이 확실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본부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에서 판촉비가 감소해 손익 개선에 기여했다"면서 "미국의 경우 재고 수준이 크게 하락하고 재고 대수도 2014년 말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해 수익성을 높일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하반기 미국 시장의 인센티브 안정화, 내수·유럽·신흥시장에서의 판매 확대, 우호적인 환율환경 등 긍정적 요인이 많아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는 연초 목표로 세운 18만대를 넘어 역대 최다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등은 하반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울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한 본부장은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 미국에서의 판매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수출 물량의 타 지역 전환과 미국 현지 생산 물량 극대화, 관세 영향이 적은 지역의 공장 가동률 확대 등의 방안으로 판매와 수익성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미국과 함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다음 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파오를 출시하고 연간 18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KX5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친환경차 라인업도 지속해서 확대한다.

한 본부장은 "유가 상승에 따라 선진시장에서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력 SUV로 친환경차 모델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상반기 영업이익 '후진'… "RV 확대로 방어"
/연합뉴스